임영웅 기록전시회에 이순재·손숙 등 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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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백발이 성성한 노(老) 연출가 임영웅(83)이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들어왔다. 미소를 머금은 주름진 얼굴을 향해 박수가 쏟아졌다.
산울림 소극장 50주년을 기념하는 '연출가 임영웅 50년의 기록전(展)' 오프닝 행사가 7일 오후 마포구 마포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는 1969년 12월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국내 초연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 임 연출은 매년 '고도'를 무대에 올리며 1천493회 공연을 기록했다. 1985년 극단 전용으로 홍대 부근에 소극장을 세운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켜켜이 쌓인 시간 만큼 함께한 인연도 많다. 배우 이순재, 손숙, 심양홍, 김성녀, 윤석화, 전무송 등이 참석해 임 연출과 만든 추억을 회고했다.
임 연출의 부인 오증자 서울여대 명예교수, 딸인 임수진 산울림 극장장과 아들인 임수현 산울림 예술감독을 비롯해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서울연극협회 원로회원들도 참석했다.
최근 노환으로 입원했던 임 연출은 잠시 병원에서 나왔지만, 따로 축사하진 못했다. 임 극장장은 "오늘 아버님이 말씀하셔야 했는데…"라며 기력이 쇠한 아버지의 모습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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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 창단 단원이었던 배우 손숙은 특히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그는 '담배 피우는 여자', '그 여자', '가을소나타' 등 숱한 작품을 임 연출과 함께했다.
손숙은 "임 선생님은 여성 연극을 부활시키고, 여성의 권리와 자질·의무에 대한 연극을 만들어주셨다. 여성비하가 많았던 시절, 여성을 독립체로 우뚝 서게 하는 연극을 만드신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산울림 소극장 분장실이 지하 2층에 있었는데, 여름철에 공연할 때면 어찌나 습기가 많던지… '다시는 안 한다' 혼자 다짐해놓고는 또 하고, 또 하게 되더라"며 웃었다.
손숙은 또 "제 남편(배우 김성옥)도 '고도를 기다리며' 초연 때 출연했다. 하루 16시간씩 연습하느라 저녁에 양말을 벗으면 발이 퉁퉁 부어있던 게 기억난다"며 "우린 아직 고도가 무엇인지 모른다. 신(神)일 수도,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이제 여성 배우가 고도를 연기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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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는 "임 선생님과 동아방송 드라마 PD 시절 처음 만나 인연을 이어왔다. 제게 라디오 드라마 배역을 준 분"이라며 "지금은 몸이 좀 불편하시지만 앞으로 60주년, 70주년도 맞을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더 깊은 인연은 옆에 앉아계신 부인 오증자 여사"라며 "오 여사는 제 서울대학교 동기다. 학교 때 정말 친하게 지냈다. 졸업하고 어느 날 제게 '임영웅은 어떤 사람이야?' 묻더라.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답했더니, 2주 뒤 청첩장을 줬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배우 윤석화는 임 연출을 제2의 아버지라고 기억했다.
윤석화는 "임 선생님과 10여편 공연했는데 산울림소극장에서만 7편 했다. 제가 지치고 힘들 때마다 낮공연 밤공연 사이에 빈대떡을 부쳐주던 분"이라며 "사랑하고 존경한다. 오 여사님께도 사랑과 존경을 드린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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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막한 전시회에는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부터 2014년 '챙'에 이르기까지 산울림이 올린 작품 60편에 관한 방대한 자료가 전시됐다. 손때 묻은 공연 대본과 무대평면도, 친필연출 노트와 소품 등 300여점의 자료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했다.
전시회는 25일까지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5월 9일부터 6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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