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공기관 임원 보수 제한 조례…시장 대신 의장이 공포
시 "법 위반 소지" vs 시의회 "책임회피 소극적 행정"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임원 급여에 상한선을 두는 소위 '살찐 고양이' 조례를 부산시장이 공포를 거부하자 부산시의회 의장이 나서 공포했다.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은 8일 오전 9시를 기해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시에 이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조례는 이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 조례는 지역 공공기관 임원 보수를 최저임금제와 연계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기관장은 최저임금 7배(1억4천여만원), 임원은 최저임금 6배(1억3천여만원)로 각각 제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경영진 임금을 제한하는 '살찐 고양이' 조례로 불린다.
앞서 4월 30일 제27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부산시 요구로 해당 조례안을 재의결한 바 있다.
재의결에서 시의원 47명 중 찬성 44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나타났다.
시의회가 재의결한 조례안을 시로 이송하면 시장은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한다.
하지만 시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바통을 부산시의회로 다시 넘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는 '지방공기업법과 출자 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법제처와 행정안전부 답변을 근거로 시장이 이 조례를 공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의요구 절차에 시로 이송된 조례안을 시장이 5일 이내에 공포하지 않으면 의장이 공포 후 통지하게 되어 있다.
박 의장은 "공공기관 임원에게 지급되는 보수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적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시민 눈높이에서 공공기관 공익성을 강화하려는 상식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가 두 번에 걸쳐 시의회가 의결한 조례안의 공포를 시의회에 미룬 것은 조례안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보다는 행정적 절차에 따른 책임만을 고려한 소극적 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판단한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 의장은 "이 조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 양극화 문제에 관한 논의를 촉발하는 의미 있는 한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시는 책임회피에 집중하기보다 시의회의 과감한 혁신 의지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시 입장에서는 두 번이나 의결을 거쳤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행안부가 대법원에 조례 효력 정지 소송을 제기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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