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득표율 주목…경제난·부패문제로 지지율 하락세
(서울·카이로=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노재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8일(현지시간) 오전 총선 투표가 시작됐다고 로이터,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총선의 유권자 수는 남아공 전체 국민 5천700만명의 절반가량인 2천676만명이고 투표는 이날 밤 9시까지 진행된다.
완전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남아공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진다.
또 최다 득표를 한 정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이번 선거는 남아공에서 25년 전인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가 폐지되고 나서 6번째 치러진 총선이다.
48개 정당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성적표다.
외신은 ANC가 무난히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ANC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율이 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고 이번 총선 득표율도 5년 전 62%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요하네스버그의 건설 근로자인 타보 마크헤네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나는 ANC 당원이지만 이번에는 ANC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70대 연금 생활자는 남아공 국민을 위해 더 나은 경제, 교육,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ANC에 불만을 나타냈다.
ANC는 불세출의 정치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몸담았던 정당으로 25년간 장기 집권해왔지만 최근 지지율이 계속 하락해왔다.
작년 2월 무기 거래 관련 뇌물수수, 돈세탁 등 각종 비리 스캔들로 제이컵 주마 당시 대통령이 사퇴한 뒤 시릴 라마포사가 정권을 잡았지만 국민적 신임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다.
실업률이 25%나 될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하고 국가 전반에 퍼진 광범위한 부패도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NC의 아성을 위협할 주요 경쟁 상대로는 제1야당인 민주동맹(DA)과 좌파 성향 정당 경제자유전사(EFF) 등이 거론된다.
DA는 백인 정당으로 인식되면서 흑인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지만 최근 적극적인 반(反)부패 활동을 통해 ANC의 약점을 공략하며 지지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 정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의 지지를 얻어 ANC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 유권자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젊은 층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EFF도 이번 선거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EFF는 줄리어스 말레마가 6년 전 ANC를 탈당한 뒤 설립한 당이다.
백인과 흑인 간 심각한 토지 소유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ANC가 약속한 백인 토지 무상 몰수 정책의 향배도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을 강행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전체 67%의 의석이 필요하다. 현 판세로는 이 정책에 찬성하는 EFF 등과의 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아공에선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이후에도 인구의 약 9% 비중인 백인이 경작 가능한 토지의 73%를 소유하고 있어 흑인들의 불만이 크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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