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가족이고, 남편이어서 보살핀 것이지 저는 아직 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제47회 어버이날 대통령 표창을 받은 유명숙(56)씨는 8일 "자격이 없다"며 시종일관 부끄러워했다.
남편과 함께 자녀 3명을 키우며 평범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던 유 씨의 삶은 첫째 아이가 6살이 되던 1996년 남편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급변했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남편은 지적장애까지 생겨 사회생활은커녕 옆에서 돌봐줄 보호자가 필요한 상태가 됐다.
남편의 병간호와 함께 어린아이들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던 유 씨는 전단지 배포, 식당일, 오피스텔 청소까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유 씨는 힘든 내색 없이 남편과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땐 자녀들과 함께 지체장애인들의 재활시설로 봉사활동을 하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봉사 정신을 다졌다.
그 영향을 받아 바르고 건실하게 장성한 자녀들은 현재까지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 씨의 고난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유 씨는 2013년 친정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위암 선고 소식을 듣게 됐다.
요양시설의 도움을 받자는 주변 권유에도 유 씨는 기어코 자신의 집으로 아버지를 모셔왔다. 유 씨는 생계를 유지하고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바쁜 일상에서도 아버지의 매 끼니를 챙기고 함께 산책하는 등 투병 중인 아버지가 약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지극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유 씨의 보살핌으로 5년을 투병생활한 아버지는 안타깝게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
그 동안 유 씨의 정성에 감명을 받은 주변 지인들이 아버지의 조문 행렬에 줄을 이었다.
유 씨는 아파트 일에도 솔선수범해 아파트 부녀회장을 역임했고, 마을 봉사에도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타고난 봉사 정신과 근면 성실한 성품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먼저 다가온 분"이라며 "이전부터 주변에서 효행상 등을 적극적으로 추천했지만 극구 사양하다 이번에 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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