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무책임한 행동 美에 책임"…자리프 "美가 합의 이행 차단"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미국의 일방적 이란 핵합의(JCPOA) 탈퇴에 이어 이란이 핵 합의에 따른 일부 의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란 핵문제가 또다시 국제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러시아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하면서 러시아는 핵합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헌신하려는 이란의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는 이어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현 위기 상황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과 의무 이행 거부를 통해 지금의 상태까지 상황을 몰고 간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자리프 장관도 "바로 미국이 취하는 조치들이 핵합의의 여러 조항 이행을 차단했다"면서 "현재 이란이 취하고 있는 행보들은 (핵합의)협정 틀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리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핵합의 위기와 관련한 입장을 담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왔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자리프 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이 페르시아만으로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의 군사력 증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유감스럽게도 이는 중동과 페르시아만, 베네수엘라 등에서 미국 동료들이 취하는 행동 패턴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저께 (북극이사회 각료회의가 열린) 핀란드 회동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모든 문제를 협박이 아닌 외교 수단을 통해 해결할 것을 호소했다"면서 "하지만 이를 위해선 모두가 갖고 있지는 않은 외교적 취향이 있어야 한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분별없고 임의적이며 비합리적인 압박'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크렘린궁은 "러시아는 유럽과 핵합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라며 "이란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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