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총격범에 달려들어"…사설보안요원도 대량살상 저지
총격범은 18세 남학생과 미성년자 여학생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에서 학교 총격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컬럼바인' 참사의 20년전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일 오후(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 교외 하이랜드 랜치의 스템스쿨에서 두 명의 총격범이 교실에서 총을 쏴 학생 한 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스템스쿨은 유치원생부터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생까지 1천850여 명이 다니는 차터스쿨(자율형 공립교)이다. 스템(STEM)은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의 알파벳 머릿자를 딴 이름이다. 다친 학생은 모두 총상을 입은 것이며, 전부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부상자는 모두 15세 이상이다.
백악관까지 애도 성명을 내게 한 이번 사건으로 콜로라도주는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교에서 학생 2명이 교정에서 총탄 900여 발을 난사해 13명의 목숨을 잃게 한 컬럼바인 참사 20주기가 막 지난 시점에서 다시 끔찍한 학교 총격이 재연됐다. 스템스쿨은 컬럼바인 고교에서 불과 8㎞ 떨어진 곳에 있다.
전날 총격 상황에 대한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한 학부모는 "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엄마, 저기 누군가 총을 쏘고 있어요'라며 떨고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면서 "우리에게 컬럼바인의 모든 것이 현실이 돼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총격 목격 학생인 브렌던 비얼리의 부모는 뉴욕타임스(NYT)에 "두 총격범이 교실에 들어와서는 한 명이 기타 가방에서 총을 꺼내 들고 쏘기 시작했다"면서 "그때 학생 2~3명이 총격범에게 달려들었다. 한 명이 가슴에 총을 맞았다"라고 전했다.
전날 경찰 브리핑에서는 두 명의 총격범이 각각 다른 교실에서 총을 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는 다른 증언이다.
숨진 학생은 켄드릭 카스티요(18)로 신원이 확인됐다. 카스티요는 졸업을 사흘 앞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토니 스펄록 더글러스카운티 경찰국장은 "카스티요가 총격범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여러 명의 생명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한 17세 학생은 총탄을 세 발이나 맞았지만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이 학생의 부모인 페르난도 몬토야는 현지 KMGH 방송에 "아들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교실에서 어떤 자가 무기를 갖고 아무렇지도 않게 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템스쿨에는 학교 지원 경찰관이 상주하지 않았다. 대신 사설 보안요원이 있었는데 이 요원이 공격을 멈추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CNN이 보안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보안요원이 총을 뽑아 들고 용의자를 제압했으며, 이 요원이 없었으면 수많은 희생자가 있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총을 쏘지 않고 총격범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컬럼바인 고교 참사 당시에는 첫 총격 이후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47분이 걸린 반면 스템스쿨에는 2분 만에 경찰관이 출동했다. 이 학교는 더글러스카운티 경찰서에서 가깝다.
총격범 중 한 명의 신원은 데번 에릭슨(18)이라는 남학생으로 밝혀졌다. 에릭슨은 이날 오후 법원에 출석한다.
또 한 명은 미성년자인 여학생이라고 경찰은 말했다.
더글러스카운티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는 용의자가 둘 다 남자이며 한 명은 성년, 한 명은 미성년자라고 했는데 바로 잡는다"라고 말했다.
스템스쿨은 이번 주말까지 학교를 폐쇄할 계획이다. 학교 주변에는 위기관리센터가 설치됐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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