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스 오브라도르 "이민 줄이려는 총명한 정책에 역행"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이 자국산 토마토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이민을 부추길 것이라고 8일(현지시간) 비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멕시코산 토마토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멕시코에서 140만개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산업에 타격을 가해 이민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토마토 관세 부과를 '총명한 정책의 반대'(opposite of an intelligent policy)라고 규정하고 "만약 미국이 이민 현상에 대해 정말로 걱정하고 있다면 이번 조치는 이민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것(토마토 관세 부과)은 이민을 부채질할 뿐이다. 이민 현상을 줄이기 위한 총명한 정책에 반대되는 것이다. 미국이 이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멕시코 생산자들에게 국경을 닫는 일은 모순이다"라고 부연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간 중미와 멕시코 남부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치안을 안정시켜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미국행 중미 이민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암로는 "(2020년 11월) 미국에서 치러질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특정 지역에 토마토 생산자가 있다"고 지적하며 "상황이 완전히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암로가 제시한 특정 지역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승리가 필요한 플로리다ㆍ오하이오 주와 같은 경합 주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날부터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토마토에 17.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1996년 멕시코산 토마토에 대해 가격 하한을 준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반덤핑 조사와 반덤핑 관세 부과를 일시 정지하기로 멕시코와 합의했지만, 양국이 이 합의를 더는 연장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토마토 농가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2월 초 멕시코에 이 같은 결정을 통보하고 90일간의 유예기간을 준 바 있다.
양국은 타협점을 찾기 위해 협상을 이어갔으나 유예기간이 끝나도록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국 간에 이전에도 몇 차례 '토마토 전쟁' 위기가 있었지만 1996년 맺은 반덤핑 조사 중단 합의를 세 차례 연장해 파국을 피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3년에 갱신됐다.
멕시코는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3천억원)어치의 토마토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토마토 관세 부과로 자국 생산자들이 연간 약 3억5천만 달러(약 4천91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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