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근 청다색 예술, 땅과 물의 도시를 물들이다

입력 2019-05-09 07:09  

윤형근 청다색 예술, 땅과 물의 도시를 물들이다
베네치아비엔날레 맞춰 포르투니미술관서 전 시기 60여점 전시
질박한 그림, 전시장과 조화…현지서 큰 관심 "한국의 마크 로스코"



(베네치아=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물과 땅의 도시에 윤의 예술이 특히 잘 어울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베네치아시립미술관재단(MUVE)이 세계 최대 현대미술제로 꼽히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올해 대회 기간에 한국 미술가 윤형근(1928∼2007)을 소개하는 이유다.
현지 시립미술관 중 한 곳인 포르투니미술관에서는 비엔날레 기간(5월 11일~11월 24일)에 맞춰 윤형근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포르투니미술관은 8일(현지시간) 언론과 VIP에 전시를 사전공개했다. 억압하는 시대를 향한 울분을 누런 면포에 큰 붓으로 검은 기둥을 세우는 작업으로 풀어낸 윤형근 작품 60여점이 미술관 전체를 채웠다.
윤형근 그림 앞에 선 사람들은 하늘(바다)의 청색과 땅의 검은색을 섞어 만든 오묘한 '청다색' 심연에 빠져들었다. 그림과 그림 사이에 자리한 창밖으로는 '물과 땅의 도시'가 펼쳐졌다.



윤형근 그림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걸린 듯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었다. 유명 디자이너 마리아노 포르투니(1871∼1949) 사택이었던 건물은 작가 사후 시에 기증돼 1975년부터 미술관으로 사용 중이다. 내부를 거의 손보지 않고 세월 흐름을 그대로 드러낸 미술관 내부와 아교만 살짝 칠한 마포에 물감이 자연스럽게 번지도록 한 윤형근 그림은 서로 이물감이 없었다.
전시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열린 윤형근 회고전을 보강한 형태다. 삼성미술관 리움 등지에서 대여한 작품을 보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 시기를 아울렀다.
다니엘라 페레티 포르투니미술관장은 MMCA 전시 개막식에 참석해 곧바로 윤형근 전시 유치 의사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두 미술관 외에도 악셀 베르포르트와 데이비드 즈워너, 사이먼리, 블럼앤드포, PKM 5개 갤러리가 전시를 지원한다.



이번 전시는 윤형근의 베네치아 '복귀무대'이기도 하다. 윤형근은 1995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처음 들어선 한국관 전시에 곽훈, 전수천, 김인겸과 함께 참여했다. 당시 전설적인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이 윤형근의 1990년대 작업을 본 뒤 '비로소 숨이 쉬어진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4년 만에 베네치아를 찾은 윤형근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포르투니미술관은 세계에서 날아온 비엔날레 관람객들이 꼭 한 번 들르는 곳이다. 사전공개일 아침부터 뉴욕타임스, 르피가로 등 유력 매체와 뉴욕현대미술관(MOMA)·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 등 유수 기관 인사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전시장은 내내 혼잡했다. 한 외국인 비평가는 윤형근 작업에 경이로움을 표하면서 그를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가 마크 로스코에 빗대기도 했다.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 부관장을 지낸 마르티 베르테스는 "처음에는 1960년대 추상표현주의처럼 보이지만 윤형근 작업은 완전히 다른 전통에 뿌리를 뒀다"라면서 "그 다름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격찬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무려 5개 갤러리가 지원하는 이 작가가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들이 있다"라면서 "윤형근을 김환기 사위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김환기를 윤형근 장인이라고 칭하는 때가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베네치아비엔날레 기간에는 한국 미술을 다각도로 소개하는 전시가 많다.
이날 팔라초 카보토에서는 국내 실험미술 최전선에 서온 원로미술가 이강소(76) 개인전이 개막했다.
대표작 '무제-75031'과 '회화(이벤트 77-2)'를 포함한 1970년대 실험미술 작품부터 최근 회화·조각까지 약 20여점이 6월 30일까지 전시된다.
자르디니 한국관 근처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한국 현대미술 팝업전 '기울어진 풍경들-우리는 무엇을 보는가'가 진행 중이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