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무역합의 초안 대부분 뒤집었다"

입력 2019-05-09 10:05   수정 2019-05-09 11:43

"중국, 미국 무역합의 초안 대부분 뒤집었다"
로이터 소식통 인용…"초안 7개장 전체에서 법제화 삭제"
FT "운송중 상품엔 관세인상 적용 안해…협상시간 2∼4주 확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타결과 결렬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중국이 합의 초안의 핵심 내용을 대부분 뒤집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 정부 소식통 3명과 민간 업계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3일 밤늦게 무역합의 초안을 조직적으로 수정한 150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미국에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2천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고 있는 10%의 관세를 10일부터 25%로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중국이 무역합의 깨뜨렸다…물러서지 않을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중국 측 수정안은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을 꺾고 뒤집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초안을 구성한 7개 장(章)에서 모두 미국이 애초 무역전쟁을 일으킨 핵심적인 불만 사항들을 해결할 법률 개정 약속을 삭제했다.
미국의 지식재산권·무역 비밀 도둑질, 기술 이전 강요, 경쟁 정책,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환율 조작 등이 해당한다.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초안의 수정 범위에 깜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 합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중국 법 개정이 필수라고 보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로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질 문구 삭제가 협상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이것이 합의의 근원적인 구조 기반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협상단을 이끄는 류허 부총리는 지난주 미국 대표들에게 중국이 행정·규제 조치로 약속을 이행할 것임을 믿으라고 말했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은 수용 불가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협상에 대한 설명을 들은 한 민간 관계자는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은 "중국이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최소 12개 정도는 뒤집었다. 협상이 너무 형편없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5일)까지 기다렸다가 터뜨린 게 진짜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을 잘 아는 한 중국 관리는 중국에서 법 개정은 빨리 진행될 수 없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중국이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구가 점점 가혹해지고 협상을 질질 끌어 합의에 이르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중 대표단은 9일 워싱턴에서 다시 협상에 나선다.
소식통들은 중국이 수정안을 철회하고 새 법 제정에 동의해야 갈등 고조를 피할 수 있다면서도 류 총리가 협상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을 제안을 워싱턴에 들고 올 것이라는 희망을 미국 관리들도 거의 갖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8일 관보에 10일 2천억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계획을 게재했다.
다만, 미국은 이미 운송 중인 상품에는 관세 인상을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며 이에 따라 미·중 협상단이 대규모 고율 관세 부과 전에 협상을 타결할 시간을 2∼4주 번 셈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무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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