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선발 투수진에 물음표를 잔뜩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박세웅의 부상, 노경은의 이탈로 빈자리가 컸던 롯데는 불펜에서 뛰던 장시환을 4선발 자리에 집어넣었다.
5선발은 '윤성빈+송승준', '박시영+김건국'을 '1+1'로 묶어서 한 명의 선발 투수처럼 활용하기로 했다.
확실한 선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나름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부호가 악몽으로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 8일 수원 kt wiz전에서 4-5로 패하며 7연패 속에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시즌 전 전력평가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불안 요소가 결국에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은 시범경기부터 제구력 난조에 시달렸다. 정규리그에서는 시범경기와는 180도 다른 안정된 피칭을 보였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톰슨은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을 하는 투수다. 커브와 포크볼도 던지지만, 많이 구사하지는 않는다.
슬라이더는 거의 커브에 가까운 각도를 보일 정도로 예리하지만 투심 패스트볼의 시속이 140㎞대 초반에 그친다.
게다가 톰슨은 제구력에 문제가 있는 투수다. 투구 패턴이 상대에 읽히고, 제구가 흔들리면서 톰슨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톰슨은 최근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에 실패하며 2패를 떠안았다.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5선발 자리를 차지한 박시영과 4선발 장시환도 구위는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제구가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혀왔다.
팀 성적이 하강 곡선을 그리자 심리적인 부담 속에 더더욱 제구가 흔들린 둘은 최근 들어 선발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하고 있다.
박시영은 최근 3경기에서 도합 5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고, 장시환은 잘 던지다가 한 번에 대량 실점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2선발인 김원중까지 시즌 초반의 좋았던 흐름을 잃어버리면서 롯데에는 그나마 믿을만한 선발 카드가 브룩스 레일리,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레일리의 경우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퇴출설이 나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롯데 선발진은 지난 시즌보다 한참 퇴보한 셈이다.
올 시즌 롯데 선발진의 퀄리티 스타트 횟수는 12회로 10위인 한화 이글스(9회)보다 사정이 조금 나을 뿐이다.
롯데로서는 리그 최고의 '이닝 이터'인 조쉬 린드블럼과 노경은을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린드블럼은 '린동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롯데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고, 본인도 부산에 남다른 애정을 표시했지만, 롯데 프런트와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해 두산 베어스로 떠났다.
롯데는 내부 자유계약선수(FA)인 노경은과 협상이 결렬된 뒤 공개적으로 계약 포기를 선언했다.
심지어 무상 트레이드 또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에 대한 가능성도 차단했다.
롯데 구단은 지난 시즌 9승을 올린 노경은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기보다, 칼자루를 뺏기지 않겠다는 듯 자존심을 더 내세웠다.
롯데의 최하위 추락의 원인에는 붕괴한 선발진 외에도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인 선발 투수진의 경우, 롯데 프런트에서 제대로 일 처리만 했더라도 훨씬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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