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제 관심 고교생 0.2%에 불과…입시 위주 교육 탓"
"교육프로그램 개발, 통일교육교사 메리트 제도 도입해야"
(서울=연합뉴스) 전성옥 논설주간 =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북한 대통령'이라고 하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통일 한국을 건설해야 할 세대들이 북한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학교 현장의 통일교육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거나 형식적이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학교 교육이 절실합니다."
조휘제 한국통일교육컨설팅센터 대표는 "통일교육이 비교적 짜임새 있게 이뤄지는 곳은 통일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된 전국 30여 개의 초·중·고 정도"라면서 "교과 과정으로 잠깐 통일문제를 다루거나 호국보훈의 달 때 연례적으로 열리는 사생·웅변대회 등 일회성 행사를 통일교육이라고 여기는 학교가 많다"고 개탄한다.
조 대표는 34년간 교직 생활을 하면서 통일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고, 정년 이후에도 전국을 돌며 통일교육 자문활동을 펼치는 통일교육 전문가다. '통일 대비 학교통일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학교 현장의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통일교육 도우미'로 불린다.
-- 평소 학교통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 21세기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가 남북한이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 한국을 이룩할 미래의 주역들이다. 이 미래 세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개탄스러울 정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북한 대통령'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북한의 국가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인 '인공기'를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 '통일이 안 됐으면 좋겠다'거나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도 상당수다.
이런 인식은 학생 탓이 아니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몰고 간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지난 24년간 전국을 돌며 통일교육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자를 모두 합하면 1천 명 안팎이다. 보기를 예시하지 않고 관심이 있는 사항을 순서대로 써보라고 했다. 첫 번째가 대학진학이다. 응답자의 80% 정도로 압도적이다. 다음이 연예인, 외모 등이었고 통일은 0.2%에 불과했다.
국가지도자들이나 교육자들은 '통일 한국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에는 중요하게 여겨야 할 여러 영역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통일교육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교육정책을 세워야 한다.
-- 학교 현장에서 통일교육의 문제점은.
▲ 무엇보다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통일교육이 안된다는 점이다. 이런 교육을 하는 곳은 통일교육연구학교 정도다. 통일부가 주관하며 전국적으로 매년 20~60개의 초·중·고가 참여한다. 올해는 33개교다. 이들 학교는 통일 관련 주제로 2년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교육이 진행된다.
나머지 학교는 교과 과정 속에서 통일문제를 단편적으로 다룰 뿐이다. 또 호국보훈의 달 때 열리는 사생·웅변대회 등 일회성 행사가 통일교육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1만1천600여 개의 초·중·고 가운데 연간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통일교육을 하는 곳은 연구학교를 포함해 100개 학교도 채 안 될 것이다.
예산과 인원 부족 또한 통일교육을 소홀히 하는 한 원인이다. 교육부의 통일 담당 직원은 2명뿐이다. 17개 시·도 교육청도 마찬가지이며, 통일교육 담당 장학사는 최소 4개에서 10개까지 다른 업무도 해야 한다.
-- 보수 혹은 진보 정권 하에서 통일교육이 편향성을 나타내기도 하나.
▲ 학교 현장에서 혼란스러워한다. 통일교육 지원법 제2조 1항은 통일교육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 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라고 규정한다. 이런 정의에도 불구하고 보수정권이 집권하면 '안보'에,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평화'에 중점을 둔다.
일선 학교의 통일교육 담당교사들은 수업할 때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다. 남북문제는 이념적 편향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통일교육을 하였을 때는 시정을 요구하거나 수사기관 등에 고발한다'(통일교육 지원법 제11조)는 조항도 있어 교사들을 위축시킨다. 통일교육에 교사들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학교통일교육을 활성화하려면.
▲ '통일교육교사 메리트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통일교육원에서 수시로 연수를 받아 전문성을 기르도록 해줘야 한다. 일정 기간 연수를 마친 교사들에게는 이수증을 주고 승진에 도움이 되도록 인사고과에서 가산점을 줘야 한다. 독일 등 분단됐다가 통일이 된 나라에 연수를 보내는 것도 교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통일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교사 시절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에 비추어볼 때 교육적 효과는 현장 체험이 가장 크다. 판문점이나 비무장지대(DMZ) 견학이 한 예다. 분단을 실감하는 곳이어서 학생들의 통일교육에 대한 집중도가 아주 높다. 교과서를 통해 통일문제를 다루면 피상적으로 흐르기 쉽다.
교사 출신 탈북민을 연수과정에 참여시키고 자격증을 줘서 일선 학교의 '통일교육 도우미'로 활용하는 것도 통일교육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통일 관련 문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2019학년도 수능시험에서 2문제가 나왔고 2018학년도에는 한 문항도 없었다. 매년 2.5개의 통일문제가 출제되는데 더 많은 문항이 출제되어야 한다.
통일교육연구학교도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2년간의 지정 기간이 종료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통일교육 계획과 내용은 좋지만, 지속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연구학교는 심화학교, 심화학교는 선도학교로 단계적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통일교육을 연구·심화·선도하는 학교를 이런 방식으로 늘려가야 한다.
일반 학교는 통일교육주간만이라도 내실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통일교육주간은 권장사항으로 시행돼오다 작년부터 법에 명문화했다. 통일교육 지원법 제3조에 '국민의 통일 의지를 높이기 위해 매년 5월 넷째 주를 통일교육주간으로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 통일교육 컨설턴트란.
▲ 통일부가 2013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통일교육 전문가들이 통일교육을 원하는 학교에 가서 통일교육 계획을 짜고 통일교육 방법을 지도한다. 통일교육 실현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세부실천사항을 만들어 준다. 통일부에서 제시하는 교육지침을 전달하고 조언도 해준다. 통일 관련 정보와 자료도 제공해주는 도우미 역할이다.
시행 첫해는 나를 포함해 교사 출신 4명이 담당했다. 주로 통일교육연구학교에서 컨설팅한다. 나는 27개 중·고교를 맡았고 나머지 세 분은 초등학교를 나눠 맡았다. 나는 2013년부터 작년까지 6년간 71개 학교에서 통일교육 컨설팅을 했다.
-- 통일교육에 관심을 둔 계기는.
▲ 1989년에 동서 냉전의 상징이었던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았다. 우리의 분단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사회교사로서 통일교육에 대한 실무는 남에게 뒤지지 않지만, 이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2002년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5년 만에 학위를 따냈다.
이때부터 이론을 실무에 적용해 교사로 재직하던 서서울생활과학고에서 남북한 언어 비교, 북한 바로 알기 등이 담긴 '통일 노트'를 전교생에게 나눠주며 통일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통일연구반, 통일보컬반, 통일사물반, 통일정보검색반 등 학생들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지원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 조휘제(74) 한국통일교육컨설팅센터 대표는 대통령표창, 국무총리상, 교육부·통일부장관상 등 30차례 가까운 수상경력이 말해주듯 통일교육 분야에서 세운 공로가 크다. 남북교사통일연구회 회장, 북한민주화위원회 통일교육연구소장, 통일부 통일위원, 교육부 인터넷통일학교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통일교육이론과 실제 방법론'(2011년), 통일교육 자료집(2019년) 등이 있다.
sung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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