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개시 41일 만에 김학의 전격소환…뇌물 혐의 입증할까

입력 2019-05-09 11:12   수정 2019-05-09 14:11

수사개시 41일 만에 김학의 전격소환…뇌물 혐의 입증할까
'사업 도와준다며 부동산 요구' 진술 확보…1억 이상이면 공소시효 15년
직무관련성·부정청탁 입증이 관건…진술 신빙성 확인되면 영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검찰에 전격 소환되면서 공소시효 문제 등으로 답보상태였던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9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출범 41일 만에 김 전 차관을 소환한 것은 공소시효가 아직 남은 뇌물 혐의와 관련된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의 "성실히 조사받겠다"…5년만에 피의자로 검찰 출석 / 연합뉴스 (Yonhapnews)
지난 3월 29일 출범한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핵심 연결고리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집중 조사했다.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합계 1억원 이상의 뇌물을 건넸는지를 따져 묻는 한편 김 전 차관과 윤씨가 합동해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등을 면밀히 조사했다.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와 성범죄 의혹이 대부분 2008년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 뇌물 액수가 1억원 이상이거나 특수강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야 했다. 1억원 이상의 뇌물죄와 특수강간죄는 공소시효가 15년이다.
하지만 윤씨가 결정적 진술을 내놓지 않으면서 수사는 난관을 겪었다. 수사단이 윤씨를 압박하기 위해 별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윤씨로부터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러다가 최근 윤씨가 "김 전 차관이 2007년 재개발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집을 싸게 달라고 요구했다"고 수사단에 진술하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말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131번지 일대에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던 윤씨에게 사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실제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뇌물을 요구하기만 해도 성립하기 때문에 윤씨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 전 차관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게다가 김 전 차관이 요구했다는 집의 가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수사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공소시효 문제도 해결된다.
다만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김 전 차관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인정돼야 한다. 2007년 당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재직하던 김 전 차관이 윤씨의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사단은 또 김 전 차관이 2007년 윤씨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 이모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관여했다는 윤씨의 진술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이 윤씨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이씨에게서 돌려받아야 할 1억원을 윤씨가 포기하도록 종용했다면 이씨를 제3자로 한 제3자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뇌물 액수가 1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15년인 혐의다.
하지만 제3자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하고, 이씨에게 돌려받을 돈을 포기하라고 한 것이 이씨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행위로 인정돼야 하기 때문에 법리 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단은 이외에도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차관을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연루된 혐의가 광범위한 만큼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추가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김 전 차관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추가 소환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후 수사단은 김 전 차관 등 관련자들 진술의 신빙성, 뇌물수수죄 공소시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차관이 한 차례 출국을 시도하다 무산되는 등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경우, 수사단으로서는 범죄 혐의를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느냐가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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