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30주년' 앞두고 미국 맨해튼의 성당서 추모집회

입력 2019-05-09 10:54  

'톈안먼 30주년' 앞두고 미국 맨해튼의 성당서 추모집회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서 시위 주역 등 300여명 참여
저우펑쒀 "탱크와 소총에도 굴하지 않은 인간 정신 추모"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의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30주년을 앞두고 미국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에서 추모집회가 열렸다.
지난 7일 저녁(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기념하는 추모집회가 열렸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추모집회에는 톈안먼 시위 참가자를 비롯한 중국인 망명자들과 미국의 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톈안먼 시위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저우펑쒀(周鋒鎖)가 주도한 추모집회는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의 용기를 기리는 시 낭송, 음악회, 강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졌다.


현재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저우펑쒀는 "우리는 30년 전 수백만 명의 중국인이 변화를 위해 저항하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으로 단결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톈안먼 민주화 시위)은 중국 영토 내에서 우리가 자유를 맛본 최초이자 유일한 순간이었다"고 톈안먼 시위 당시를 회고했다.
저우펑쒀는 "우리는 탱크와 자동소총에도 굴복당하지 않은 인간의 정신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저우펑쒀는 성당 한가운데 마련된 임시 연단에 올라 연설했으며, 앞과 좌우 3면에서 청중들이 그의 연설을 지켜봤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의 성당 내부에서 톈안먼 시위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우펑쒀는 "이 성당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곳은 6ㆍ4를 추모하기 위한 최적으로 장소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제 나의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톈안먼 추모집회는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과 펜 아메리카 재단 등이 후원해 이뤄졌다.
집회에는 톈안먼 시위의 또 다른 주역으로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왕단(王丹)도 참여했다.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날아온 왕단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민주화 시위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망명 시인인 랴오이우(廖亦武)를 비롯한 유럽에 망명 중인 반체제 인사들도 다수 참가했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말한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서방 세계에서는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톈안먼 사태를 떠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6.4' '톈안먼' 등은 중국의 SNS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특히 올해가 톈안먼 사태 30주년이어서 중국 당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일국양제'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홍콩에서는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홍콩의 촛불집회에는 매년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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