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 일가에게서 압수된 3천억 원대의 사치품과 현금을 몰수해 국고에 귀속시키는 절차가 개시됐다.
9일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최근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에 나집 라작 전 총리와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 등에게서 압수한 금품을 몰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작년 5월 총선에서 패해 권좌에서 밀려난 나집 전 총리는 경제개발사업을 하겠다며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45억 달러(약 5조원)가 넘는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지 경찰은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를 압수수색해 여행용 가방 수십 개 분량의 보석류와 명품핸드백, 고급시계, 다량의 현금과 외화를 발견했다.
올해 3월까지 나집 전 총리 일가와 관련자들에게서 압수된 금품은 2억7천500만 달러(약 3천200억원)가 넘는 규모로 알려졌다.
나집 전 총리는 사치품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받아 온 '대가성 없는 선물'이고 현금과 외화는 당 비밀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로스마 여사가 1억원 남짓인 남편 연봉 외엔 알려진 소득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명품백 수집을 취미로 삼는 등 사치 행각을 벌였다는 점을 들어 1MDB에서 빼돌려 세탁된 공적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나집 전 총리 측은 아직 검찰의 몰수 요청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태다.
한편, 말레이시아 검찰은 나집 전 총리의 비자금 관리책으로 알려진 금융업자 로 택 조(38·일명 조 로우)의 가족에 대해서도 자산 몰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로우는 나집 전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에 자금을 투자하고 호화 파티를 열면서 할리우드의 큰 손으로 행세했고, 2015년 1MDB 스캔들의 전모가 드러난 뒤에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호화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는 나집 전 총리가 실각한 직후 잠적해 현재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배임과 반부패법 위반, 자금세탁 등 42건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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