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도산서원서 정조 때 특별과거시험 '도산별과' 재현

입력 2019-05-09 14:05  

안동 도산서원서 정조 때 특별과거시험 '도산별과' 재현
11일 200여명 도포 입고 유건 쓰고 2시간 동안 시험



(안동=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이 별세하고 222년이 지난 1792년 음력 3월 25일.
정조 임금은 규장각 관원인 각신(閣臣) 이만수(李晩秀)를 안동 도산서원에 보내 몸소 지은 제문(祭文)으로 제사를 올리게 한다.
이어 제사에 참여하는 유생을 상대로 별과(別科)인 이른바 특별과거시험을 보도록 했다.
처음에는 서원 강당인 전교당 앞뜰에서 시험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유생 1만여명이 모여들자 서원 앞 소나무 숲으로 장소를 바꿨다.
이날 시험을 본 유생은 7천228명이고 최종 제출한 답안지는 3천632장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로 도산서원에 모인 사람은 1만명을 넘었다.
경상 좌도와 우도를 가리지 않고, 또 나이가 많아 과거를 포기한 사람까지 도산서원으로 몰려들었다.
이만수는 시험이 끝나자 답안지를 밀봉해 규장각으로 보냈다. 이를 받은 정조 임금은 직접 채점해 1등과 2등에게 초시(初試)와 회시(會試)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전시(殿試)에 응시할 수 있는 특별자격을 줬다.
조선 시대 시행한 과거 가운데 초시는 문·무과 1차, 회시는 2차, 전시는 3차 시험을 일컫는다.
당시 지방에서 유일하게 치른 대과(大科) 시험인 도산별과(陶山別科) 재현 행사가 오는 11일 경북 안동 도산서원 앞마당에서 열린다.
안동시는 "그 시기 유생 1만여명이 모인 소나무 숲은 안동댐 건설로 물속에 잠겼으나 이를 기념하려고 세운 시사단(試士壇)을 배경으로 별과를 재현한다"고 9일 밝혔다.
퇴계 선생 위패를 모신 상덕사에서 정조 임금이 그를 흠모하며 올린 제사를 본뜬 고유제를 지내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한다.
임금이 직접 낸 문제를 밀봉한 어제통(御題筒)을 시험관에게 전달하는 파발 행렬도 선보인다.
시험관이 건네받은 어제통을 기둥에 내걸면 도산별과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린다.
이에 맞춰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쓴 응시자들이 서원 앞마당에 줄을 지어 앉아 2시간여 동안 시험을 치른다.
이어 시관(試官)이 답안지를 채점한 뒤 성적이 적힌 과방(科榜·과거에 급제한 사람 이름을 써서 거리에 붙이던 글)을 붙인다.
이번 도산별과 재현에는 전국에서 200여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도산별과 전통 잇기는 서원이 지닌 인간 존엄 정신과 생명존중 가치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imh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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