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평가·과제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낙태죄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만큼 임신중단권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9일 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강조하며 "국회와 정부는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 의의로 임신이 여성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대됐고,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간 충돌을 넘어 태아가 생명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의존한다는 사실로부터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을 꼽았다.
또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단 허용 필요성 인정, 낙태죄의 부정적 영향 인정 등을 의의로 평가했다.
다만, 김 부연구위원은 "임신한 여성의 권리를 자기결정권으로 축소하는 등 헌법불합치 결정에 한계점도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신중단권이 여성시민의 기본권 보장과 성평등을 위해 필요한 권리인 만큼, 임신중단권을 통해 자유권과 사회권, 평등한 보호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진선 여성건강팀장도 이날 배포한 토론문에서 "오랫동안 여성의 관점과 경험을 등한시해온 한국 사회에서 수년간 여성들이 본인의 경험을 얘기하고 정치적 행동을 지속해 이뤄낸 중대한 사회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임신중지에 대한 완전한 비범죄화는 우리의 요구"라며 "형법 제27조 '낙태죄의 장' 전체를 삭제해 본인 요청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을 없애는 대신 타인이 임신중지를 강제한 경우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 범죄로써 형법상 강요죄 등 더 높은 형량으로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같은 연구원 김동식 연구위원도 발표 요약문 등에서 임신중절 전반과 관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례를 소개하며 "임신중절 허용 시기의 사유별 제한과 상담 및 숙려기간의 의무화, 시술 가능 의료기관의 지정과 방법 제한, 시술 비용의 본인 부담 등이 입법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본인이 임신 유지와 중단에 대해 스스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임신중절 허용 시기의 사유별 제한이 역으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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