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인상 땐 수출엔진 급랭…정부 "비상계획 준비"
(세종=연합뉴스) 이 율 이대희 기자 =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면서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이 경고한 대로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이 실현되고 양국 간 협상이 결렬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경우 경제전문가들은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일차적으로 우려하면서 금융시장 충격, 경제심리 악화, 중국과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글로벌 교역량 위축 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준비 중이다.
◇ 미중 무역협상 난항…미 관세율 인상→협상 결렬 수순?
미국과 중국간 무역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면서 양측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이 실현되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10일부터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제품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릴 예정이라고 관보에 게재했다.
지난주 미중 고위급 협상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재협상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했던 경고를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중국과 무역협상과 관련,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 그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중국도 강경하게 맞섰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인상 계획에 대해 성명을 내고 "미국 측이 이런 관세 조치를 시행한다면 중국은 부득이하게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장관급 협상을 재개한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9∼10일 워싱턴에 머물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향후 무역협상 시나리오는 ▲ 미국의 관세율 인상과 협상 지속 ▲ 미국의 관세율 인상과 협상 결렬 ▲ 미국의 관세율 인상 연기 합의 ▲ 무역협상 원칙 합의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협상 결렬 위험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 원화·주식가치 큰 폭 하락…정부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 준비"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우려에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주식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4원 오른 1,179.8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4% 내려 4개월 만에 최저치인 2,102.01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2.84% 내린 724.22로 장을 마감했다.
정부는 상황별 시나리오에 따라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수출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금융시장 충격, 경제심리 악화, 중국경제 성장세 둔화나 글로벌 교역량 위축 등에 따른 간접적 피해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순 없는 만큼 정부로선 극단적인 경우에 대비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 수출의 양대축인 반도체와 중국이 흔들리면서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4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4월에 4.5% 줄면서 6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국의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112억5천만달러 흑자에 그쳐 6년 9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 "미중 수출 동시 감소해 설비 가동률 떨어질 우려…고용 악재"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일차적으로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두 국가를 향한 수출이 동시에 줄어들게 되면 국내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고, 이는 곧 고용에 악재로 작용하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수출에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면서 "여기에 무역분쟁으로 중국경제 성장세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 대중 수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수입품의 10%에 달하는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천만 달러(31조원) 감소한다.
미국은 현재 당시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의 4배에 달하는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9∼10일로 예정된 두 나라의 회담이 당장 결렬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타결로 갈 것"이라며 "하지만 그사이 힘겨루기를 하며 협상을 하는 '밀고 당기기'의 영향권에 한국이 들어갔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중국에서 미국 수출을 위해 한국에서 수입했던 반제품 수요가 줄어들어 한국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한국도 대미흑자 축소를 위해 미국에 대한 수출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수출이 줄어들면서 한국의 생산설비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유휴 설비가 발생하면 실업으로 이어지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국내 기업 실적이 줄어드는 등 국내적 요인도 작용하며 환율이 오르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수출 기업을 우대하며 국내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추가경정예산안이 빨리 통과돼 서둘러 집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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