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더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해야"
12년 방북 의료지원 재미한인의사 박기범 "제재로 지원 힘들어져"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국이 훨씬 더 눈에 띄게, 더 큰 목소리를 내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선도해야 합니다"
최근 북한에서 의료지원을 마친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북한프로그램 디렉터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대 비극은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라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이 인도적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디렉터는 북한을 지원해야 할 이유에 대해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 북한에 가족을 둔 사람도 많다"면서 "한국이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인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척추신경외과 전문의사인 그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평양에서 의료지원활동을 했다. 평양의학대학과 평양적십자병원에서 북한 의료진과 함께 6명의 환자를 수술하며 선진 의료기법을 전수했다.
그는 "5개월 전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진 60대 남자가 있었는데 북한 의사들이 하기에는 복잡한 수술이었다"며 "다행히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악화하지 않았고 수술은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2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해 현지 의료진과 함께 환자들을 진료·수술하고 강연과 콘퍼런스 등을 통해 의료 지식·기법을 공유했다.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은 박 디렉터가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평양의학과학토론회에 재미동포의학자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연례적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한 달 뒤인 2007년 9월에 열린 토론회에는 한국 의료진 30여명도 왔는데 이후 계속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해 한국 의사들이 북한에 참석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초대받지 못했는데 언젠가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강화된 제재로 의료지원이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북한에 의료 물품·장비를 지원했지만, 제재가 강화되면서 최근 중단했다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제재 예외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부담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장비나 물자가 군사용 등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우리가 수년 전에 보낸 장비는 여전히 평양의대에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 의료진의 실력에 대해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활동을 정말 잘하고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며 "노후화되거나 고장 난 장비로 수술을 하는 등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같은 수술을 해 어떤 면에서 우리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또 평양의대에서 11년 전에 쓰던 독일 엑스레이 장비를 계속 고쳐가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필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했는지 고장 난 채로 있었다면서 "그들은 '제재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 예외 목록을 작성해 여기에 포함된 물품은 자동으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부상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1차 의료기관의 응급 및 필수 외과적 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이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북한 주민의 건강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는 경제발전을 꼽았다.
그는 "의료체계가 부실한 근본 원인은 자원 부족"이라며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의료뿐 아니라 모든 부분이 자동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방문에서 눈에 띈 북한의 변화로 커피 문화를 지목했다.
그는 "6∼7년 전에는 평양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는 게 불가능했다"면서 "지금은 브라질, 콜롬비아산 원두를 갈아서 내린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한잔에 4달러로 싸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 창문을 포함해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있고, 전력 사정도 좋아졌다"며 "전에는 수술 중 여러 번 정전됐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드물다"고 밝혔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2년 방북 의료지원 재미한인의사 박기범 "제재로 지원 힘들어져"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국이 훨씬 더 눈에 띄게, 더 큰 목소리를 내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선도해야 합니다"
최근 북한에서 의료지원을 마친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북한프로그램 디렉터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대 비극은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라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이 인도적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디렉터는 북한을 지원해야 할 이유에 대해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 북한에 가족을 둔 사람도 많다"면서 "한국이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인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척추신경외과 전문의사인 그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평양에서 의료지원활동을 했다. 평양의학대학과 평양적십자병원에서 북한 의료진과 함께 6명의 환자를 수술하며 선진 의료기법을 전수했다.
그는 "5개월 전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진 60대 남자가 있었는데 북한 의사들이 하기에는 복잡한 수술이었다"며 "다행히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악화하지 않았고 수술은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2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해 현지 의료진과 함께 환자들을 진료·수술하고 강연과 콘퍼런스 등을 통해 의료 지식·기법을 공유했다.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은 박 디렉터가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평양의학과학토론회에 재미동포의학자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연례적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한 달 뒤인 2007년 9월에 열린 토론회에는 한국 의료진 30여명도 왔는데 이후 계속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해 한국 의사들이 북한에 참석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초대받지 못했는데 언젠가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강화된 제재로 의료지원이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북한에 의료 물품·장비를 지원했지만, 제재가 강화되면서 최근 중단했다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제재 예외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부담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장비나 물자가 군사용 등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우리가 수년 전에 보낸 장비는 여전히 평양의대에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 의료진의 실력에 대해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활동을 정말 잘하고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며 "노후화되거나 고장 난 장비로 수술을 하는 등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같은 수술을 해 어떤 면에서 우리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또 평양의대에서 11년 전에 쓰던 독일 엑스레이 장비를 계속 고쳐가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필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했는지 고장 난 채로 있었다면서 "그들은 '제재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 예외 목록을 작성해 여기에 포함된 물품은 자동으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부상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1차 의료기관의 응급 및 필수 외과적 치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이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북한 주민의 건강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는 경제발전을 꼽았다.
그는 "의료체계가 부실한 근본 원인은 자원 부족"이라며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의료뿐 아니라 모든 부분이 자동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방문에서 눈에 띈 북한의 변화로 커피 문화를 지목했다.
그는 "6∼7년 전에는 평양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는 게 불가능했다"면서 "지금은 브라질, 콜롬비아산 원두를 갈아서 내린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한잔에 4달러로 싸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 창문을 포함해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있고, 전력 사정도 좋아졌다"며 "전에는 수술 중 여러 번 정전됐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드물다"고 밝혔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