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심장이 이따금 불규칙하게 뛰는 가장 흔한 형태의 부정맥인 심방세동(AF: atrial fibrillation)을 귀에 끼는 전기자극 클립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이따금 매우 빠른 속도로 수축, 마치 그릇에 담긴 젤라틴처럼 가늘게 떠는 상태가 되면서 심박수가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잦을수록 혈전이 형성돼 뇌경색 위험이 커진다.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호흡곤란, 무력감의 형태로 나타난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건강과학센터의 심장전문의 스타브로스 스타브라키스 박사 연구팀은 귀를 통해 미주신경(vagus nerve)으로 약한 전기자극을 흘려보내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저강도 경피 전기자극장치(LLTS: low-level transctaneous electrical stimulation)를 개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9일 보도했다.
이 장치는 신경의 통증 신호를 제압해 통증을 진정시키는 데 쓰이는 경피 전기신경자극장치(TENS: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에다 귀 클립(ear clip)을 연결한 것으로 자율신경계의 일부인 미주신경에 전기자극을 보내 심방세동을 치료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12개의 뇌 신경 가운데 하나인 미주신경은 뇌에서 시작해 경부, 흉부를 거쳐 복부에 이르는 분포범위가 넓고 복잡한 말초신경으로 심장 리듬, 체온, 혈압 등 신체기능을 조절한다.
이 장치는 심장을 박동시키는 심장의 전기적 성질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동물(개) 실험에서 밝혀졌으며 이어 진행된 초기 단계 임상시험에서도 이러한 효과가 확인됐다.
임상시험은 심방세동 환자 26명(평균연령 65세)에게는 귀 클립을 통해 매일 1시간씩 전류를 흘려보내고 27명(평균연령 68세)에게는 클립만 끼우고 전류는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6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귀 클립을 낀 채 집에서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 했다.
연구팀은 처음부터 2주 동안은 계속해서, 그 후에는 3개월과 6개월에 한 번씩 심박동을 모니터했다.
6개월 후 귀 클립을 통해 실제 전류를 흘려보낸 그룹은 대조군보다 심방세동이 85% 줄어들었다.
3개월과 6개월 시점에서는 모두 심방세동이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미국 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대변인 존 오스본 박사는 간단하고 부작용 없고 비용도 매우 저렴한 치료법으로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논평했다.
임상시험이 한 곳의 메디컬센터에서 적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한계는 있지만,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라면서 확인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심장 윗부분인 좌심방에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혈액이 고여 혈전이 형성될 수 있다. 이 혈전은 심박동이 정상으로 되돌아올 때 혈액을 온몸에 펌프질해 보내는 좌심실을 통해 혈류에 실려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이 연구결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9일 열린 미국 부정맥학회(Heart Rhythm Society)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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