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압류 北화물선, 1년간 인니 억류됐다가 사법공조로 인도

입력 2019-05-10 11:34   수정 2019-05-10 11:37

美압류 北화물선, 1년간 인니 억류됐다가 사법공조로 인도
북한산 석탄 옮겨실은 화물선도 공해 전전…제재로 처리방법 못 찾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해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는 최근 1년여간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해군은 작년 4월 4일 동(東)칼리만탄주 발릭파판 인근 마카사르 해협에서 북한산 석탄 2만6천500t을 실은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붙잡았다.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타고 있던 북한인 선원 25명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적한 석탄을 동칼리만탄주 사마린다에서 다른 화물선에 옮겨 싣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운항 중이었던 이 배가 영해 진입을 신고하지 않았고 석탄 운송에 필요한 허가도 없다면서 억류를 결정했다.
당시 자와포스 등 인도네시아 언론은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갑작스레 통상 항로에서 벗어나 마카사르 해협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인도네시아 해군의 관심을 끌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관국을 통해 이 배가 북한산 석탄을 실은 채 자국 해역으로 접근 중이란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최근 발행한 연례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당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전달받은 뒤 조사에 착수했으며,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실린 석탄은 작년 3월 북한 남포항에서 선적한 화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1년 가까이 발릭파판항에 발이 묶여 있었다.
북한과 미국은 이 배의 미국 인도 여부를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작년 11월 19일 발릭파판 형사법원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북한인 선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인도네시아 현지인 브로커에게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실려있던 석탄 2만6천500t의 판매를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외교가에선 인도네시아가 선적 허위 표시 등으로 벌금을 물린 뒤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풀어줘 북한의 손을 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해당 선박이 국제법에 연루된 자산으로 몰수 대상인 만큼 인도네시아 국내법으로만 다룰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결국 배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올해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모든 석탄을 하역했으며, 이후 예인선에 이끌려 인도네시아에서 미국 영해로 출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법무부 관계자는 이 선박이 수개월 동안의 국제 당국간 협의를 거쳐 현재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북한인 선원들은 전원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관건은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실려있던 북한산 석탄이다.
이 석탄은 베트남 해운사가 운용 중인 파나마 선적의 동탄호로 옮겨져 말레이시아로 이송됐지만, 북한산 석탄이 실렸다는 정보를 입수한 현지 당국이 입항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동탄호는 싱가포르 해협 인근 공해상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사 측은 인도네시아가 석탄의 원산지라고 속인 중개인에게 속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VOA 방송은 동탄호가 출항지인 인도네시아에서조차 입항허가를 받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관련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9일(현지시간)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고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 선박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이 선박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행위에 관련됐다며 "IEEPA 위반에 따라 추적을 받는 수익으로 구성되거나 그런 수익에서 파생된 자산은 압류 및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제재 위반으로 북한 화물선을 압류한 첫 조치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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