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 무력시위 거두고 대면 협상으로 문제 풀어야

입력 2019-05-10 11:49   수정 2019-05-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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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北 무력시위 거두고 대면 협상으로 문제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닷새 간격으로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하며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우리 당국은 9일 발사된 무기를 아직 '미사일 추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 국방부는 300㎞ 이상 날아간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의 판단대로라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 되기 때문에 이날 시위는 국제적인 약속을 깬 행동이라서 지난 4일 발사의 파장과는 기본 성격이 달라 북핵 협상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북한 관영 매체는 추가 발사 당일 한미훈련과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전개훈련을 비난하며 잇단 군사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을 때 미사일을 발사하곤 했지만 최근 두 차례 무력시위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뒤 어렵게 협상의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비핵화 문제와는 별개로 한미의 공감대 위에서 인도주의적 대북 식량 지원이 적극적으로 검토되는 상황이어서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북미 협상 부진에 대한 불만 표출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미국이 요구하는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에 불응하면서 단계적, 동시적 타결 방식을 고수하는 기 싸움의 연장선에서 시위 강도를 높여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과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지만 결국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와 식량 부족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대북 강경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대북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무력시위는 북한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목적에서이든 대북 협상의 문을 열어 놓고 있고, 우리 정부도 북한의 대화 복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무력시위는 한미 당국의 입지를 좁혀 협상의 진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2차 발사 이후 북한이 협상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토로했고, 석탄 불법 운송으로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을 압류했다는 미 법무부의 발표가 나온 것도 심상찮다.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특별대담 언급에서도 심각성은 읽힌다.

북한의 잇단 군사훈련 시위로 대북 여론이 악화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인도적인 대북 식량지원은 검토할 수 있다. 북한의 식량 생산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인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은 정치, 군사 문제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명분을 지닌다. 다만 북한을 바라보는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여론과 정치권 내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는 등 합당한 절차와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식량지원이 추진된다면 비핵화 협상 재개의 길로 가는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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