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북일 정상회담' 밝힌 뒤 잇따른 발사에 '곤혹'…"대화기반 안무너져"
스가, 폼페이오에 '무조건 대화' 의사 전달…관방 "분석 중·피해 없다" 강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북한이 발사체를 재차 발사한 것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삼간 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교도통신은 10일 일본 정부가 전날 북한이 발사체를 다시 발사했지만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모색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대화의 기반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총리 관저 간부의 말을 전하며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욕을 보인 전제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의 실현을 위한 모색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역시 전날(미국 시간) 미사일 발사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조건 없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을 전달했다.
외무성 간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의 노림수가 한미일의 분열에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안보리가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하며 비판을 피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副)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한국과 긴밀히 연대하면서 분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일본)의 영역 혹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탄도미사일 피해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계속 미국, 한국과 긴밀히 연대하면서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한 경계 감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북일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묻는 말에 "납치, 핵, 미사일 등 모든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회담 추진 의욕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한편으로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가 전날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각각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한국, 미국과의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북한이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인 뒤 잇따라 발사체를 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심 당황해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자에 게재된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진전'이라는 기존의 조건을 달지 않고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이후 4일과 9일 잇따라 발사체를 발사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곤혹스러워하면서 신중하게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통신은 "냉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총리 주변 인사의 말을 전하며 일본 정부가 대화 자세를 무너트리지 않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고 하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는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면 아베 총리가 지향하는 북일대화의 실현에 그림자가 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탄도미사일은 아니다'는 식으로 사태 수습을 꾀하면서도 계속되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 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