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수 ㎝, 두께 100㎜ 정도 미세한 크기…"이번 매장 특별해"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에 의해 희생된 정치범 등의 작은 신체조직이 70여년 만에 베를린 묘역에 안장된다.
독일 레지스탕스 추모센터 등은 나치 시절 정치범의 유해를 포함한 300여 점의 미세 신체조직을 다음 주 매장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신체 조직은 나치 치하 해부학자 헤르만 스티프의 자손들이 찾아낸 것으로, 스티프는 당시 반정부인사 등의 사체를 다뤘다.
나치 피해자의 신체 조직은 길이 수 ㎝, 두께 100㎜ 정도의 미세한 크기로, 오는 13일 베를린 시내 도로틴슈타트 묘지에 안장된다.
이들 역사적 샘플의 출처를 추적해온 브란덴부르크 의대 해부학과장 안드레아스 빈켈만은 "매장될 시료에 몇 명의 신체조직이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그렇게 작은 신체조직은 당시엔 매장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사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 신체조직은 (나치가) 적극적으로 매장을 거부한 사람들의 것이다. 이 때문에 친척들은 그들의 사체가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매장은 특별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장식에는 나치 피해자 자손 등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레지스탕스 추모센터의 요하네스 투헬 센터장은 "다수의 나치 피해자 무덤이 있는 도로틴슈타트가 매장지로 결정됐다"며 "나치의 불공정한 사법 시스템에 희생된 이들의 마지막 남은 유해라서 안장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엔 이들의 묘를 쓰는 것도 거부당했다. 따라서 지금 그들의 신체 일부를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장지에는 이번에 매장되는 신체조직의 설명을 담은 명판도 설치된다.
명판에는 1933년부터 1945년 사이 베를린-플뢰첸제 감옥에 갇혔던 2천800여명이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거나 교수형을 당했고, 이들의 사체가 베를린 해부학연구소에서 해부됐다는 내용이 새겨진다.
또 안장된 신체조직이 대부분이 여성의 것이라는 설명도 더해지지만, 친지들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들의 이름은 이곳에 남기지 않기로 했다.
해부학자 스티프는 1935년부터 1952년까지 베를린 해부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여성 생식계통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연구 중 일부는 처형된 여성의 시신에서 분리해낸 생식기를 이용, 논란을 빚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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