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오 "별도 법인…대주주보다 소액주주 지분 더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JC그룹이 사실상 파산 상태를 맞으면서 JC그룹 한국지사가 대주주로 있는 연예기획사 판타지오도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JC그룹은 창업주이자 회장인 웨이제 회장이 최근 불법 자금 조달과 사기 스캔들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회장뿐만 아니라 경영진 상당수가 조사를 받는 상황으로, 중국에서 불법 자금모집은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어 회사 존립이 위태로운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JC그룹 한국지사 골드파이낸스코리아는 2016년 10월 배우 서강준과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위키미키 등 30여 명이 소속된 판타지오 지분 약 30%를 인수하고 다음 해 유상증자로 몫을 더 늘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JC그룹은 판타지오 창업자인 나병준 공동대표를 해임하고 중국 측 대표이사 단독 체제를 선언했다.
당시 중국 자본이 한국 엔터사 최대주주가 된 것 자체가 초유의 사태라 화제가 됐으며, 강한나 등 일부 소속 배우가 회사 전문성 부재를 우려하며 계약해지를 주장해 대한상사중재원까지 나서는 등 풍파를 겪었다.
중재원이 강한나가 아닌 판타지오의 손을 들어주면서 강한나는 판타지오로 돌아갔지만, 갈등이 해결된 지 한 달여 만에 대주주 회사가 파산하면서 판타지오는 또 한 번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중국 자본이 국내 엔터사 대주주가 된 사례가 판타지오가 처음인 만큼, 파산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
판타지오에서는 서강준, 차은우, 옹성우, 위키미키 등 여러 연예인이 한창 활발한 활동을 하는 중이라 이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대중문화산업발전법이 중국 자본의 국내 엔터사 유입, 그리고 예기치 못한 상황(파산 등)으로 인한 퇴장 등에 대응하기에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성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장은 "JC그룹이 대주주가 된 후 관련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대표가 되자, 연매협이 부적격 업체로 판단하고 대중문화산업 유관단체들과 활동 제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이 미비해 판타지오는 소액의 과태료만 낸 채 계속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조항이 더 엄격했다면 외국 대주주의 엔터사 영업을 좀 더 세밀하게 검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故) 장자연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대중문화산업발전법은 기획사 임직원의 성범죄 조회만 하도록 했을 뿐 그외 전과 조회나 업무 능력 검증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연매협은 판타지오 사례를 계기로 대중문화산업발전법 관련 조항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을 위해 정부, 여야 관계자들과의 소통에 나서기도 했지만 큰 진전은 없는 형편이다.
한편, 판타지오는 관련 소식에 대해 "JC그룹 지분보다 소액주주의 지분을 합친 부분이 더 많다"라며 "또 판타지오의 정확한 대주주인 JC그룹 한국지사는 JC그룹과는 별도 법인"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회사의 존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판타지오는 공식 입장을 정리 중이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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