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들, 안정적 양육 못 받으면 부정적 정서 발달…특성 감안해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영아들의 기저귀를 갈며 엉덩이를 때리거나 밥을 먹지 않는다고 입술을 때린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 A씨에게 최근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8월 1세 남짓한 영아들이 잠을 자지 않으려고 몸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아이 머리와 몸을 손바닥으로 내리누르거나, 기저귀를 갈며 엉덩이와 발바닥을 때리는 등 8차례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아이들의 신체 일부를 '토닥이는 정도'로 접촉하긴 했지만,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를 한 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 이어 2심도 A씨의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피해 아동들은 만 1세 전후의 영아들"이라며 "인간에 대한 영아의 신뢰감은 외부세계를 탐색할 기회로 이어지고, 외부세계의 인식은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안정적인 양육을 받지 못한 영아들은 불신감을 경험하고, 고통, 근심, 분노 및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가 발달할 수 있다"며 "영아들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학대행위인지를 판단하려면 이와 같은 영아들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영아들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A씨의 행동은 아이들의 신체 건강이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학대행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행위로 인해 아이들의 신체 완전성이나 정상적인 발달이 저해되는 현실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의 벌금 500만원보다 낮은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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