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 MDGI 억제 후 암세포 사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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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아종(약칭 교아종)은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암으로 꼽힌다.
교아종(Glioblastoma)은 뇌 조직에 잘 침습하고 쉽게 퍼진다. 그런데 외과적 수술로는 완전히 절제할 수 없고, 약물치료에도 강한 내성을 보인다. 지난해 타계한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도 교아종으로 오래 투병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이 탐색해 온 교아종의 '아킬레스건'이 마침내 가시권에 들어온 듯하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연구진이 교아종 세포의 생리적 안정성을 떨어뜨려 세포 사멸로 유도하는 잠정적 치료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특정 항히스타민제를 인간의 배양 세포와 실험동물에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10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헬싱키 대학의 피리오 라코넨 교수팀이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엠보 몰레큘러 메디신(EMBO Molecular Medicine)'에 발표했다. 이 저널은 유럽분자생물학기구(EMBO)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다.
실마리가 된 건 MDGI라는 저분자량 지방산결합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발현하면 교아종 세포의 조직 침습력이 강해지고 환자의 예후는 나빠진다는 걸 연구팀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MDGI를 차단할 경우, 교아종 세포 내 리소좀 막(膜, membranes)이 불안정해지고, 리소좀 안에 있던 산성 단백질 분해 효소가 세포질로 유출되면서 암세포 사멸이 시작된다는 걸 알아냈다.
리소좀은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소기관(organelles)으로, 다양한 산성 가수분해 효소를 이용해 세포내소화, 세포 외 물질 분해, 자가소화 등에 관여한다.
라코넨 교수는 "교아종 세포가, MDGI를 생성하는 유전자 발현에 의존한다는 게 밝혀졌다"면서 "이 유전자 기능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사멸했다"고 말했다.
이런 메커니즘은 암세포의 리소좀을 고리로 작동한다.
다시 말해, MDGI의 발현을 막으면 교아종 세포 내 리소좀의 인지질 조성(phospholipid composition)이 변하고, 필수 불포화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암세포 내로 잘 옮겨지지 못해, 리조솜 막의 지방산 조성(fatty acid composition)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라코넨 교수는 "암세포의 리소좀 막 구조를 제어하고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 바로 MDGI라는 게 입증됐다"면서 "막 안정성을 제어하는 유전자가 발견된 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혈뇌관문(또는 혈뇌장벽, 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는 약물을 쓰면, 리소좀 유출에 따른 교아종 세포 사멸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뇌관문은 뇌의 실질조직과 혈액 간 물질 교환을 제한하는 생리학적 장벽을 말한다.
실제로 연구팀은 항히스타제의 일종인 클레마스틴(clemastine)으로 효과를 테스트했다.
인간의 배양 세포에 시험한 결과, 안전한 농도만 투여해도 교아종 세포의 사멸을 일으켰다. 생쥐 실험에서도 종양 확산 억제와 환자 생존율 제고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어떤 생쥐에선 가장 침습성이 높은 교아종이 클레마스틴 투여 후 완전히 관해된 사례도 보고됐다.
라코넨 교수는 "리소좀 막의 투과성을 높이는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물을 교아종의 보강 치료제로 검토할 만 하다"고 제안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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