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경찰, 판사에 신분증 요구했다가 전보…총리 "복귀시켜라"

입력 2019-05-11 12:01  

태국 경찰, 판사에 신분증 요구했다가 전보…총리 "복귀시켜라"
"법원장이다, 경찰서장 안다"며 불응…동영상 공개 "특권의식" 비난
경찰서장은 오히려 법원장 옹호…총리, 경찰·법원에 진상조사 지시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경찰관이 교통단속 도중 고위 판사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괘씸죄'로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태국 총리의 지시로 복귀하게 됐다.
11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인터넷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에까뽄 추이송깨오 순경은 지난 2일 밤 남부 퉁야이 지역 내 검문소에서 한 차량을 멈추도록 한 뒤 운전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이 운전자는 이를 거부한 채 자신이 남부 지역을 관할권으로 두고 있는 제8 지역 형사법원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술 더 떠 "당신네 경찰서장을 안다. 지금 바로 전화해봐도 된다. 나는 (형사)법원장이다. 그래도 내 차를 수색하길 원하나"라고 물었다고 카오솟은 보도했다.
동료 경찰이 보내줬지만, 그는 차를 몰고 떠나기 전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순경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이 있는 뒤 에까뽄 순경은 현장 근무에서 배제돼 내근으로 전보됐다.
퉁야이 경찰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운전자가 지역 형사법원장임을 확인하면서 에까뽄 순경이 애초 부적절한 말투로 이야기했다며 오히려 법원장을 옹호했다.
서장은 "에까폰 순경이 최근에 그 일을 맡았다. 누가 범죄자이고 아닌지를 알아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서장은 이 순경에게 법원장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카오솟은 덧붙였다.
당시 상황을 담은 휴대전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처벌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에까뽄 순경에 대한 동정 여론이 들끓었다. 동시에 법원장의 특권의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까지 나섰다.
쁘라윳 총리는 에까뽄 순경을 기존 업무에 복귀시키고, 해당 지역 경찰과 법원에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쁘라윳 총리는 하위직 경찰이 자신의 의무를 올바로 수행한 데 대해 칭찬했다"면서 "어떤 압력도 두려워할 필요 없이 각자가 옳은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역 경찰도 에까뽄 순경에게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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