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지지율 조사서 34%로 1위…집권 보수당 3배
당장 총선 실시되면 하원서 49석 확보 전망도 나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대표 극우 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신생 브렉시트당 돌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달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은 물론, 당장 영국에서 총선이 실시되면 단숨에 50석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는 12일(현지시간) 오피니엄(Opinium)에 의뢰해 2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는 5월 23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어느 당에 투표할지와 관련해 브렉시트당은 전체의 34%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브렉시트당은 브렉시트(Brexit) 찬성 캠페인을 주도했던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 등이 주축이 돼 지난 2월 창당한 신당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하며, 영국의 자주권을 포기하는 어떤 국제기구 가입이나 조약 체결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패라지는 지난 11일 선덜랜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전쟁에서 진 국가의 항복문서와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동당 지지율이 21%로 브렉시트당과 격차가 있는 2위였고, 올해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자유민주당이 12%로 3위에 올랐다.
반면 집권 보수당은 브렉시트당의 3분의 1에 불과한 11%의 지지율로 4위에 그쳐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보수당과 노동당은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브렉시트와 관련한 메이 총리의 우유부단함이 포퓰리즘을 부채질하면서 브렉시트당에 대한 지지를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원들은 브렉시트당 지지로 옮겨가고 있고,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보수당원들 역시 보수당에 투표하기를 거부하거나 차라리 다른 정당에 투표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보수당 당 대표인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동당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리처드 코베트 노동당 유럽의회 대표는 "노동당 지지자들은 극우 극단주의자가 영국을 대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투표장에 나와 투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역시 이날 옵서버 온라인 기고문에서 노동당원들이 노동당이 아닌 EU 잔류를 주장하는 다른 정당에 투표하는 한이 있더라도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번(유럽의회) 선거는 총리나 집권당을 뽑는 것이 아니다"면서 "패러지의 브렉시트냐, 아니면 이에 반대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당 돌풍은 비단 유럽의회 선거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인 콤레스(ComRes)가 '지금 당장 총선이 열린다면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인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노동당이 27%로 1위, 브렉시트당이 20%로 2위를 차지했다.
현 집권 보수당은 19%의 지지율로 3위에 그쳤다.
이 같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하원의원 의석수를 추정한 결과 노동당이 316석으로 제1당에 오르고, 보수당은 179석으로 의석수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55석의 스코틀랜드국민당(SNP)에 이어 브렉시트당은 49석을 차지해 단숨에 제4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추정됐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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