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조명탑', '스테인드글라스 지붕' 등 제안 쏟아져
프랑스 정부, 현대적 양식 반대 않기로…시민 절반 이상 이전 모습 원해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지난달 화재로 무너져 내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첨탑 재건과 관련해 창의적인 설계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의 건축가들이 제안한 첨탑 재건 구상안을 소개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300피트(약 91m) 높이의 '불꽃'(flame)이다.
탄소섬유 재질의 이 탑을 금빛으로 도금해 화재가 대성당 지붕을 휩쓸던 모습을 형상화하겠다는 아이디어다.
프랑스의 차세대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마티외 르아뇌르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모습의 첨탑 복원 구상을 공개했다. '영원한 불꽃'(permanent flame)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르아뇌르는 NYT에 처음에는 19세기에 만들어졌던 첨탑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강조하려 이런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 뒤 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며 "불꽃은 성경에도 등장하는 강력한 상징 아니냐"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 제안된 첨탑 설계안이 대부분 유리 재질이라고 소개하고, 몇몇 특이한 디자인이 제안됐다고 전했다.
그중 하나는 슬로바키아 디자인회사인 비즘 아틀리의 건축가 미칼 코박이 내놓은 '조명탑' 아이디어다. 첨탑이 있던 자리에 하늘로 치솟은 조명탑을 세우고, 야간에 흰 빛줄기를 하늘로 쏘아 올리자는 제안이다.
그는 자신의 구상이 "잃어버린 영혼을 위한 등대"가 될 것이라며, 첨탑을 통해 하늘에 닿으려는 소망을 표출했던 중세 고딕 건축가들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건축가인 알렉상드르 판토치는 대성당의 지붕과 첨탑을 모두 종교적 색채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재건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또 모스크바 건축학교에서 강의하는 알렉스 네로브냐는 고딕 양식 첨탑을 다시 세우고 그 주변을 다이아몬드 형태의 지붕으로 둘러싸는 아이디어를 냈다.
NYT는 노트르담을 더욱 아름답게 복원하기 위해 현대적 건축양식을 도입하는 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이런 이색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고 썼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지난달 노트르담의 첨탑 재건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에 부치겠다고 밝히면서 첨탑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하는지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 절반 이상은 노트르담의 현대적 재건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9일 현지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55%는 첨탑을 화재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답했다. 일부 정치인들도 이런 방침을 주장했다.
한편 당초 마크롱 대통령이 '5년'으로 제시했던 노트르담 복원 기간도 너무 짧다는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1천100명 이상의 건축 전문가들과 예술사학자들은 정부에게 문화재법을 지키며 복원을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을 시간"을 가져 달라고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르 피가로에 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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