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식 외교접근법…'벼랑끝 전술', 엄포와 결합돼 더 위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대압박 전략'이 시험대를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력해온 외교·안보 분야인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관련 상황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삼중고'를 겪는 데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까지 얹어지며 전선이 분산된 상황이다.
2016년 대선 때부터 미국의 전통적 '개입주의 외교'와의 단절을 외치며 '신(新)고립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가 역설적으로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식 압박전술로 여러 나라와 충돌을 빚으면서 외교 난제 해결에 고전하는 모양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하면서 해외에서 얽힌 여러 가지 상황으로부터 미국을 탈출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현주소는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등 3대 대외 국가안보 위기 및 중국과의 무역 전쟁 대응을 위해 곡예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처한 현 상황의 배경에는 상당 부분 '모 아니면 도'(go big or go home)식의 외교정책 접근법이 자리하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WP는 "'모 아니면 도' 접근법은 '선택과 집중' 구사나 단계적 접근법 채택 대신 여러 나라에 동시다발적으로 '최대압박'을 적용하는 것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최대압박 전술은 때로는 중대 돌파구 마련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재선 가도에서 그 성과를 활용하고 싶어한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최대압박 전술은 동시에 때로는 위기와 오판의 리스크를 그만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3개국에 대한 최대압박 전략에 집중하는 사이 당초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핵심과제로 꼽았던 정부 국가안보전략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국부장관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고위 당국자들의 최근 안보 분야 관련 대외 메시지도 '장기적 위협'인 중국이나 러시아보다는 이들 3개국 관련 상황에 집중됐다고 WP는 보도했다.
유럽연합(EU) 대사 및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제임스 도빈스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의 '벼랑 끝 전술' 성향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그의 엄포 패턴과 결합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교·안보적 위기 대처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군사적 행동'을 추구할 의향이 있는지도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WP는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 병력의 해외 주둔에 강경한 회의론을 견지해온 데다 볼턴 보좌관의 '매파적 충동'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고 WP는 보도했다.
행정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에 반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최고위 참모들이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워싱턴의 여망을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 위협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을 끌어냄으로써 평양과의 외교적 해법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국무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현 정부의 '최대압박'이 효과적 정책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안정과 안보를 위협하려는 '해로운 행위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외교 지렛대 구사와 외교적 압박 추구, 법 집행 등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은 미국과 동맹들에 대한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북한과 베네수엘라, 이란과 관련된 최근의 전개 상황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시험대에 올려질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북한 선박 압류, 북한 내 한국전 전사자 유해발굴 중단 등을 거론, "북미 대화의 진전이 다시 과거의 안 좋았던 상태로 역행할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는 비교적 베네수엘라 문제에서는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해왔으나 이란 문제를 놓고는 유럽 동맹들과 마찰을 빚었고 김정은 정권과의 협상 문제를 다루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과 가끔 충돌해왔다"고 전했다.
이들 3개국 문제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폭탄' 투하 등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 압박을 가해온 상황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로 군사적 행동을 새롭게 가하는 데 대해 회의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경제적 힘'을 휘두르는 데 대해서는 보다 편안함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불량국가들을 길들이겠다고 했었지만 지금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3개국은 각기 트럼프 대통령이 명민한 협상가도 아니며, 또 그가 주장했던 것처럼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도 되지 않았다는데 "베팅을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각) 철저히 (서로)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CNN방송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 스캔들' 등 국내 악재에 직면할 때마다 대외 정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곤 했지만, 현재는 미중 무역 전쟁과 시계 제로의 베네수엘라 사태 등으로 인해 대외 분야도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그 사이 북한과의 '시계'도 다시 과거로 되돌려진 것 같이 보인다"고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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