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자유주의 지식인 등 '무역전쟁 신중론' 제기"
'중국몽' 앞세운 시진핑의 대미 강경노선 우회비판 해석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내에서 미국과 무역전쟁 확전을 자제하고 화해를 모색해야 한다는 온건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러한 목소리는 중국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제기해온 자유주의 지식인이나 개혁파를 지지하는 훙얼다이(紅二代·중국 혁명 원로의 자제) 등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전직 관료이자 저명한 지식인인 장무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난 수년간 무모했으며, 많은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의 막대한 격차를 깨닫지 못했다"며 "세계에 '중국 모델'이나 '중국식 해법'을 선전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오직 공격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도부 집단은 상당한 (정책)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수정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리뤄구 전 인민은행 부행장은 미국의 사고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전 부행장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우리와 서방세계 관계 전반의 초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가 우리의 시각을 형성하기에 앞서 미국을 정말로 이해하는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면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중국과 미국은 구소련에 대응하면서 연대할 수 있었으며, 이후에는 경제 발전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형성했다"며 "지금은 이러한 공통의 기반이 사라진 만큼, 우리는 양국을 위한 새로운 기반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개혁파의 거두였던 후야오방의 아들 후더핑도 올해 초 한 세미나에서 "구소련은 지나친 권력집중과 경직된 계획경제라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며 "우리는 구소련에서 교훈을 얻어 절대 후퇴하지 말고 확고한 개혁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 노선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집권 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면서 미국과의 대결도 서슴지 않는 강경한 외교 노선을 주창하고, 내부적으로는 당의 영도를 강조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통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양달리 교수는 "이러한 논의는 무역전쟁 발발 후 억눌려 왔던 토론과 자기 성찰의 분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며 "여기에는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의 (정책) 수정이 장기적으로는 중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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