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군' 감독 "우리가 몰랐던 5ㆍ18의 기억 담았다"

입력 2019-05-13 13:52  

영화 '김군' 감독 "우리가 몰랐던 5ㆍ18의 기억 담았다"
1980년 5월 당시 사진 속 인물 추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김군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몰랐던 5·18의 기억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김군'은 1980년 5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찍힌 한 사진 속 인물을 찾아 나서는 영화다.
당시 사진 속 청년은 군용 트럭 위에서 군모를 쓰고 무기를 들었으며 매서운 눈매를 하고 있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는 그가 "북한특수군 제 1광수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는 1980년 5월 사진 속 광주 시민들의 얼굴에 붉은 점과 선을 긋고서 '광수'라고 명명하며 현재 북한의 유력 정치인과 군인의 얼굴임을 주장했다.
'김군'은 4년여 동안 광주 시민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사진 속 인물을 추적하며 지 씨의 주장을 반박한다. 나아가 당시의 트라우마와 살아남은 자로서의 죄책감을 가지고 38년을 살아온 광주 시민들의 고백을 담아내 새로운 진실을 밝힌다.


13일 '김군'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강상우 감독은 "지만원 씨의 주장이 영화 속에서 자세히 소개되지만, 반박이 영화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며 "사진 속 인물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인지 궁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 감독은 "해당 인물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당시 시민군의 말과 체험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당시 기억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만원 씨의 인터뷰를 충실히 담은 것은, 그 논리가 반박이 가능하고 관객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5ㆍ18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영화 촬영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당시 생존자들에게 연락을 드린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 상처를 되새기는 것이었다. 연락해서 만나기로 해도 나타나지 않는 분이 많았다"며 "이 작업의 의미가 뭔지 자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강 감독은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1980년 당시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에게 나눠준 주옥 씨가 썼던 양은 대야 전시를 보러 갔다가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


주옥 씨는 사진 속 인물을 "아버지의 막걸리 가게에 자주 오던 김군"이라고 기억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옥 씨는 "당시 저는 21살로 어려서 기억이 생생하다. 그 청년은 25~27세 정도로 나보다 나이가 있어 보였다. 꽃미남은 아니었지만 남자답게 잘생겼었다"며 "아버지가 청년에게 '꼭 살아서 우리 집 꼭 와'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그는 "광주 사람들은 트라우마가 많다. 집 앞 대학에서 축제 기간 폭죽을 터뜨리면 항상 이불을 덮고 떨곤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추적의 단서가 되는 김군의 사진을 찍은 이창성 당시 중앙일보 사진기자는 "젊은 감독(강상우 감독)이 찾아와서 '역사에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고 했다"며 "나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 이 영화는 하나도 빼지도 않고 보태지도 않는 5ㆍ18의 기록이다"고 강조했다.
영화 제목인 '김군'은 사진 속 인물의 이름인 동시에 당시 시민들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강 감독은 "김 씨는 한국에 가장 많은 성씨이기도 하다.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제목을 이처럼 정했다"며 "사진 속 단서를 기반으로 당시 시민들을 한명씩 만나가면서 증언을 담았을 때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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