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 반복행동 메커니즘, 동물실험서 확인"

입력 2019-05-13 15:58  

"통제 불능 반복행동 메커니즘, 동물실험서 확인"
미 록펠러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시 한 편을 암송하거나, 기타 연주의 반복 소절을 익히거나, 좋은 습관을 기르거나 할 땐 어떤 행위를 반복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반복행동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져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투레트 신드롬이나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신경질환에서도 종종 강압적 반복행동이 관찰된다.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이, 병리적 반복행동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동물 실험에서 밝혀냈다. 향후 유사한 인간의 신경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샤이 샤함 세포생물학 교수가 운영하는 실험실 과학자들이 주도했고, 연구보고서는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리처드 E. 살로몬 패밀리' 석좌교수인 샤함 교수의 연구 주제는, 뇌 신경 시스템 발달과 신경교세포(glial cells) 역할 등이다.
록펠러 대학이 12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학명 C. elegans)'에서 특이한 반복행동을 일으키는 단백질 결함을 발견했다.
원래 이 연구는 포유류 뇌의 성상세포 기능을 알아내는 것에서 출발했다.
성상세포는 뇌 신경세포(뉴런) 사이 시냅스(연접부)에 생기는 잉여 신경화학 물질을 청소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학물질이 제때 치워지지 않으면 뉴런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런데 연구팀이 mRNA 염기서열을 분석했더니, 생쥐의 성상세포와 선충의 뉴런을 싸고 있는 'CEPsh 신경교세포'의 유전자 특성이 비슷했다. 서로 유사한 역할을 할 거라는 추론이 입증된 셈이다.
무엇보다 이들 두 종류의 세포는 똑같이 GLT-1 이라는 단백질을 생성했는데, 이 단백질은 포유류의 뇌 시냅스에 생긴 글루타민산염을 제거한다.
샤함 교수는 "포유류 뉴런은 성상세포가 없으면 살지 못해, 성상세포의 기능을 연구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반면 C 선충에는 CEPsh 신경교세포가 단 네 개밖에 없지만, 이들 세포가 없다고 뉴런이 죽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GLT-1을 제거해도 선충의 시냅스엔 글루타민산염이 쌓이지 않았다. 대신 시냅스의 글루타민산염 수위가 일정한 주기로 오르내리면서 특이한 이상행동을 보였다.
샤함 교수는 "앞으로 갔다가 방향을 180도 돌려 되돌아오기를 미친 듯이 반복했다. 우리는 이런 반복행동을 분석해 매우 흥미로운 패턴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C.선충은 보통 90초를 주기로 방향을 180도 돌리는데, GLT-1이 없으면 방향의 반전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선충의 반복행동은 일단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글루타민산염 수용체인 MGL-2를 제거하면 반복적인 방향 반전도, 시냅스의 글루타민산염 수위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글루타민산염이 효율적으로 제거되지 않으면 MGL-2가 더 많은 글루타민산염의 분비를 유도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론했다. 이런 순환 과정이 반복되면서 글루타민산염이 분비될 때마다 방향 반전을 지시하는 뉴런에 자극이 가해졌다.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비정상적인 글루타민산염 분비에서 동물의 비정상적인 반복행동이 비롯된다는 걸 암시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이런 성과가 인간의 병리적 반복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도 높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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