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증인들 "헬기 사격 없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입력 2019-05-13 17:01   수정 2019-05-13 20:21

5·18 증인들 "헬기 사격 없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피터슨 목사와 헬기 사격 목격한 해군 군의관 등 5명, 전두환 재판서 진술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육군 항공본부가 시민을 향해 무작위로 총을 쐈느냐, 그건 아닐 거라 생각해요. 그러나 헬기 사격 자체가 없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2차 공판기일이 13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시민 5명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1980년 당시 해군 제3 해역사령부 소속 군의관(대위)이자 침례교도였던 김웅기(67) 씨는 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자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당시 선교대회가 예정됐다가 취소됐는데 총소리가 들리자 걱정이 돼서 선교사촌을 찾아갔다.
김씨는 "석양 무렵 목사님이 2층 발코니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목사님이 '어떻게 헬기에서 시민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느냐?'고 나에게 물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저는 '시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공포탄 내지는 광주천을 향해 위협 사격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사택 2층과 2km∼3km 떨어진 도청·전남대병원 방향에서 헬기 한 대가 제자리에서 돌면서 총을 발사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나며 빛이 번쩍하는 섬광이 발생했다"며 M16 같은 자동소총을 쏜 것으로 추정했다.

전두환 씨 측 변호인은 피터슨 목사와 부인인 바버라 피터슨 여사가 그동안 저서 및 검찰 조사에서 김씨와 함께 헬기 사격을 본 사실이 없는 점, 일부 세부 진술이 피터슨 목사의 진술과 어긋나는 점을 토대로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내가 군인이었으니 피해가 갈까 봐 그런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씨는 "1995년 신문을 보고 5·18 단체가 마련한 기자회견장을 찾아갔다"며 "기자들이 목사님에게 '검찰 조사와 증언이 다르다'는 취지로 질문하길래 '선교사님 헬기에서 총 쏜 것 혼자 봤소? 혼자 봤으면 사실이고, 둘이 봤으면 거짓말입니다'고 했다"고 밝혔다.

승려로 활동하다가 독재 반대 시위에 동참했던 이광영(66) 씨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2시를 전후해 군용 지프를 타고 광주 남구 월산동 로터리 인근을 지나다가 헬기 사격 피해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군에서 소총과 자동소총, 기관총 등을 다뤄봤다는 김씨는 "50∼100m 상공에서 총을 쏴 총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경험했던 기관총 소리와 비슷했다. 총알이 가로수를 관통해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나 인도에 여고생으로 보이는 한 명이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피를 많이 흘려 가장 가까운 적십자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날 1980년 5월 21일 남편을 찾아 천변을 다니다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정선덕씨, 광주에 출동한 502 항공중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헬기 사격을 목격한 최형국 씨, 옛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헬기에서 쏜 총에 맞았다고 진술한 남현애 씨도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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