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식감 달콤한 맛…토종 '미니 파프리카' 경쟁력 높다

입력 2019-05-14 08:32  

아삭한 식감 달콤한 맛…토종 '미니 파프리카' 경쟁력 높다
경남농업기술원 개발 '라온 파프리카'…고가 수입 종자 대체 효과
휴대하기 좋아 운동 후 과일처럼 즐겨…해외에서도 '러브콜'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작아 좋고 아삭한 식감에 달콤한 맛, 우리나라 미니 파프리카 경쟁력 높아요."
우리 땅에서 개발하고 키워낸 토종 미니 파프리카가 위기에 처한 국내 파프리카 농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이하 경남농기원)에서 2015년 출원하고 2016년 품종 보호 등록한 미니 품종 '라온 파프리카(Raon paprika)'가 인기다.
이 품종은 기존 파프리카와 비교해 크기가 4분의 1 정도(50g)로 작다. 반면 당도는 10브릭스(Brix)로 월등히 높다.
무엇보다도 고가 수입 종자의 대체 효과가 크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기존 파프리카 종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파프리카 종잣값은 한알당 500∼600원으로 고추의 10배에 달해 '골든 씨드(Golden Seed)'로 불린다.
특히 수입 미니 파프리카 종잣값은 기존 파프리카의 2배(금값의 3.4배)에 달해 국산화가 시급했다.
라온 파프리카는 수입 미니 파프리카의 가장 큰 단점인 낮은 수확량을 70% 이상 끌어 올렸다.
이 품종은 초기 재배 때 수세가 강해 착과가 뛰어난 데다 우리나라 기후와 재배환경에 적응력도 높아 재배하기 쉽다.
레드·옐로·오렌지 3종인 라온 파프리카는 최근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작은 만큼 휴대하기도 좋아 운동 전후 과일처럼 먹기 좋다.
라온 파프리카는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멕시코에 2만달러어치의 종자를 수출했다.
올 초에는 멕시코 세이코대학에 테스트베드(시험장)를 설치 운영해 앞으로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베트남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시험재배가 진행 중이다.
심지어 파프리카 종주국인 유럽에서도 종자 수입을 위한 시험재배 요청이 오는 등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이 파프리카는 개발 첫해인 2016년 국내 유통업체인 이마트의 '국산의 힘 프로젝트' 상품으로 선정돼 생산 전량을 3년간 독점, 계약해 납품했다.


재배물량은 해마다 늘어 현재 국내 미니 파프리카 재배면적의 70%인 7㏊가 라온 파프리카다.
파프리카 시장은 요리 등에 사용하는 가공용 큰 품종과 생과·샐러드용인 미니 품종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서는 큰 파프리카 품종의 재배면적이 800㏊다.
하지만 파프리카는 최근 재배면적 증가와 소비감소로 가격하락이 장기화해 농가마다 걱정이다.
1995년 국내에 도입된 파프리카는 지속해서 재배면적이 증가했다.
2000년 52㏊에 불과하던 재배면적은 2010년 410㏊, 지난해엔 800㏊로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공급량보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출여건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기존 파프리카 수출단가도 최근 10년간 계속 하락세다.
경남농기원은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농가 등을 중심으로 수입 종자 대체와 생과 소비 패턴에 맞춘 토종 미니 파프리카 품종 전환을 추천하고 나섰다.
경남농기원 원예연구과 안철근 박사는 "현재 기존 큰 파프리카 시장의 30%가량이 미니 파프리카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돼 새로운 소득작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품종 대체가 확대되면 종잣값도 수입 품종보다 낮출 수 있다"며 "생산성이 높고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품종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choi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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