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윤 감독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문체부는 윤 감독이 지난해 8월 자격요건에 미달한 A씨를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으로 뽑았다고 보고, 전날 윤 감독에게 해임 사유를 통보했다.
지난달 16일 청문회를 열어 문체부 감사담당관실과 윤 감독 측 의견을 들은 뒤 한 달여 만에 내린 결정이다.
문체부 감사담당관실은 윤 감독이 채용 과정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A씨에게 과도하게 높은 점수를 줬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금명간 박양우 장관의 결재를 받아 해임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감독은 해임 핵심 사유로 거론된 지인 채용 비리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국립오페라단 채용 자료를 보면, 공연기획팀장은 국내외 7년 이상 오페라·콘서트 공연기획 경력 가운데 해당 업무 관리직으로 2년 이상 업무를 수행했거나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A씨는 서울시오페라단에서 11년 일했으며, 외부 면접위원들은 A씨에게 최고 점수를 줬다.
윤 감독은 "문체부 감사관실은 저와 A씨가 같은 대학을 나와 채용의 공정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은 학연을 배제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 누구도 출신 대학을 알 수 없다. 저도 A씨가 동문인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심사자가 공정한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제척 사유가 있는 경우 심사 회피 신청을 해야 했다는 감사관실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공무원 행동 강령상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사유는 '2년 이내 재직했던 단체 또는 그 단체의 대리인이 직무관련자인 경우'다.
그는 "저는 A씨와 친인척 관계가 아닐뿐더러 A씨가 일하던 서울시오페라단에 재직한 적이 없다"며 "심지어 서울시오페라단에 객원 지휘자로서 협연한 것도 2016년 2월이 마지막이어서, A씨의 국립오페라단 채용 시기(2018년 8월)와 2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명예의 문제다. 처분을 받아들인다면 제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간다"며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이 나든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이사회는 의견서에서 "이번 채용 과정에서 일부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건 사실이나, 이는 윤 감독이 오랜 기간 외국에서 예술가로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행정 경험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며 "감사담당관실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지인을 채용하기 위한 비리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임이 현실화하면 국립오페라단은 또다시 수장 공백 사태를 맞는다.
단장 임기는 3년이다. 그러나 김의준(2011.8∼2014.3), 한예진(2015.1∼2015.2), 김학민(2015.7∼2017.7) 등 전임 단장들은 여러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떠났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윤 감독은 1999년 독일 기센시립극장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2001년 프랑크푸르트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8년간 지휘자와 음악 코치 등을 지냈으며, 2009년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에 발탁돼 4년간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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