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결정 철회 온라인 청원 등 비판론…영화제 측 "노벨평화상 주는 것 아니잖나"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꼽히는 프랑스 칸영화제가 가정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원로 배우 알랭 들롱에게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AFP통신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는 14일 개막을 하루 앞두고 불거진 이번 논란으로 칸영화제는 들롱에 대한 명예상 수여를 철회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영화계의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이끈 미국 압력 단체 중 하나인 '여성과 할리우드'는 이번 결정을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번 수상 철회를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했고 여기에는 수 시간 만에 1만6천명이 서명했다. 이 온라인 청원은 들롱을 "인종차별주의자, 동성애 혐오자, 여성 혐오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여배우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감독 압둘라티프 케시시의 새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뒤 불거졌다.
지난해 칸영화제는 어떤 종류의 성희롱이나 성학대도 무관용 원칙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과 할리우드' 창립자인 멜리사 실버스타인은 트위터에 들롱에게 명예상을 주기로 한 칸영화제의 결정에 경악했다면서 들롱은 "공개적으로 여성을 때린 것을 인정했고 동성애는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썼다.
그는 또 들롱이 "인종차별적이고 반(反)유대주의적인 국민전선(현재 국민연합)에 동조해왔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전선' 창립자인 장 마리 르펜은 들롱의 오랜 친구다.
앞서 들롱의 아들은 아버지인 들롱이 가정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고, 들롱은 한 프랑스 TV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여성을 때린 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려 늑골 8개와 코를 두번 부러뜨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칸영화제 관계자들은 그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의 견해를 가질 권리가 있다면서 이번 결정을 변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배우로서의 그의 경력 때문에 명예 황금종려상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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