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서 사제폭탄, 권총 등 발견…로힝야족 난민도 가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종교시설을 겨냥한 폭탄 테러와 요인 암살 등을 저지르려던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1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5일과 7일 쿠알라룸푸르와 수방자야, 테렝가누주(州) 쿠알라 베랑 등지에서 테러 혐의로 남성 4명을 검거했다고 전날 밝혔다.
테러 음모를 주도한 주범 격 피의자는 말레이시아인이었지만, 체포된 공범들은 인도네시아인과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들이었다.
압둘 하밋 바도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 네 명은 모두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IS 테러 단체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라고 말했다.
주모자의 집에서는 주변국을 통해 밀반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급조폭발물(IED) 6발과 9㎜ 권총 한 정, 총탄 15발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들은 폭발물의 살상범위가 반경 5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실제로 테러가 감행됐다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들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비(非)무슬림 종교시설과 위락시설 등에서 폭탄을 터뜨리고 현지 주요 인사 4명을 암살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압둘 하밋 경찰청장은 "이들은 이 주요 인사들이 이슬람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고 심지어 모독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암살 대상으로 꼽힌 인사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주말레이시아 미얀마 대사관도 공격을 받을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당국자는 "로힝야족 피의자 한 명은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급한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17년 미얀마 군경이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 작전을 벌인 데 대한 보복으로 미얀마 대사관을 공격한 뒤 로힝야족 무장단체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에 합류하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체포된 피의자들은 대외적으로는 작년 11월 힌두교 사원 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폭력 사태에 휘말려 숨진 무슬림 소방관의 복수를 명분으로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리아의 IS 지도자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테러를 준비해 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말레이시아인 2명과 인도네시아인 1명 등 달아난 공범 3명을 지명수배했으며, 관련 당국은 주요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테러 대응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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