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풀이·심야영화·情…외국인이 말하는 '내게 특별한 한국'

입력 2019-05-14 17:37   수정 2019-05-14 18:07

뒤풀이·심야영화·情…외국인이 말하는 '내게 특별한 한국'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심야 영화를 보거나 새벽까지 노래방에서 놀 수 있다고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지요. 동대문 시장에서는 새벽까지도 쇼핑할 수 있고 24시간 운영하는 가게가 참 많잖아요. 아침 동이 틀 때까지 피땀을 흘려 일하는 사람들은 보면서 한국인들의 열정과 끈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코모이 발레틴, 프랑스)
14일 오후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발표장에는 외국인들이 간직한 한국에 대한 애정이 아낌없이 묻어나왔다.
동아리 뒤풀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완벽한 치안, 초고속 인터넷 등 외국인이 사랑한 한국의 모습은 참가자들의 국적만큼이나 다양했다. 이번 대회는 58개국 출신 1천316명이 대회 참가의 문을 두들겼으며 이중 13개국 출신 16명이 본선에 참여했다.
이번 대회 본선 참가자들이 한국의 매력으로 소개한 발표 일부를 모아봤다.
▲ 동아리에서 제가 우려하였던 '차별'이라는 것은 전혀 못 느꼈고 어디보다도 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뒤풀이를 할 때 본 그들의 모습은 평소와 달라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동아리의 슬로건 한번 외쳐보도록 하겠습니다.우리 동아리/시립대에 있어/금요일에 모여/치킨 먹어/노래 불러/재미있어/차별이 노노/놀러올래? (응웬 티 마이 흐엉, 베트남)

▲ 한류 열풍으로 인해 만들어진 한국의 상업적 이미지 외에 활기차고 정감이 넘치는 한국의 모습들이 너무 많아요. 저에게 한국은 까면 깔수록 새로운 '양파' 같은 나라이자, 스스로 더 열정적으로 살 수 있게 깨우쳐 주고 '정'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스물여덟에 다시 태어난 두 번째 고향입니다. (코모이 발렌틴, 프랑스)

▲ '무한도전'은 저에게 때론 기쁨의 웃음을, 때론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비록 방송 '무한도전'은 끝났지만, 말하는 대로, 그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저의 무한한 도전도 계속될 것입니다.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무한∼도전!(진후이슈, 중국)


▲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어서 매우 안전합니다. 가끔 제가 야간에 일하다가 오전 2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는데,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에서 순대 한 접시에 소주 한 병 시켜 먹고 3시쯤 집으로 들어올 때마다 '한국은 치안이 참 잘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우탐 카말, 네팔)

▲ 제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을 처음 사용했을 때 마치 신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요즘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당일 배송 서비스도 꿈만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지하철이 없고 기차가 15분마다 출발하지만, 운행이 지연될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이 3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들었을 때 믿을 수가 없었죠. (코스타 줄리, 룩셈부르크)

▲ 한국어책을 읽을 때 제 감정은 새벽녘 한강의 고요함과 평온함처럼 평화롭고 행복하며, 저 자신이 정말 대견스럽습니다. 제 꿈 중 하나는 한국어로 아랍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출판하는 것입니다. (알리 알 카와자, 아랍에미리트)

▲ 한국 사람들은 저를 보고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저의 약간 서툰 발음을 듣고는 '외국인이구나'가 아닌 '외국에서 살다가 왔구나'라고 생각하고 말을 합니다. 그렇게 한국의 많은 사람은 저의 뿌리를 먼저 생각해줍니다. 증조할아버지의 나라가 아닌, 저를 안아주고 가족으로 인정해준 나라, 그리고 제가 영원히 함께할 고국입니다. 지금까지 손이리나가 아닌 한국인 손인아였습니다. (손이리나, 우즈베키스탄)

▲ 일본에서는 단순히 고기를 구워서 소스에 찍어 먹을 뿐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깻잎이나 상추에 고기, 마늘, 김치를 싸서 한입에 쏙 넣으면, 부드러운 고기와 따끈하게 구워진 마늘, 매콤하면서도 상큼한 김치가 입안에서 어우러져 예술이 완성됩니다. 지금 소개한 두 사례의 한국 음식 문화를 통해서 한국을 '싸는' 문화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감'싸는' 문화가 한국의 인간관계, 즉 소위 말하는 '정'이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듯합니다. (후쿠시마 아키, 일본)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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