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좋은 문장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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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것을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당시 문재인 의원 대선후보 수락 연설 중 일부다.
지금도 명문으로 회자하는 이 문구는 원래 이랬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라는 국정 운영 원칙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자연스럽고 뜻이 확 들어오게 수정됐다. 문장 다듬기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문구는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선서 직후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도 그대로 들어갔다.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위즈덤하우스)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글을 잘 쓰는 방법, 그중에서도 문장 다듬기 기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후보 수락 연설과 2017년 취임사는 '노무현의 필사'로 알려진 저자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저자는 참여정부에서 대변인, 제1부속실장,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내며 '노무현의 복심(腹心)'으로 불렸고, 그때 청와대에서 맺은 인연으로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준비했다.
윤 전 대변인은 "좋은 글은 잘 쓰기보다 잘 고칠 때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일단 머릿속 내용을 쏟아내 분량을 채우고 나면 글쓰기가 거의 끝났다고 여긴다.
좋지 않은 문장과 정확하지 않은 정보 투성이지만, 다듬는 일에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저자도 정치권에 처음 들어가 글을 쓸 때는 초고를 쓰고 나면 과제의 90%는 달성했다고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결국 초고는 전체 공정 가운데 10% 진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 그는 초고를 쓰는 데 하루가 걸렸다면 고치는 데 최소한 사나흘 공을 들인다.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되새길만한 대목이다.
이 책은 어떻게 쓰고 고치면 좋은 문장이 되는지 보여준다.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부터 빨간펜으로 첨삭한 듯 고치기 전과 후를 비교한 실전 사례까지 담겨 있다.
'한번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은 두세 문장으로 끊어준다', '이미 했던 말은 과감하게 삭제하자', '명료한 주장이라면 과감하게 전진 배치하자. '하나 마나 한 이야기의 유일한 효과는 독자를 귀찮게 하는 것이다' 등 참고할 만한 여러 원칙을 전한다.
대통령 연설문부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까지 다양한 고치기 사례가 당연한 듯한 충고도 뻔하게 들리지 않게 한다.
책 후반부에는 에세이, 편지, 자기소개서, 주례사, 연설문, 평전 등 유형별 수정 사례도 소개된다.
저자는 '대통령의 말하기', '기록',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등을 펴냈으며, 현재 2020년 출간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 평전을 집필 중이다.
29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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