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판결 번복 의도한 것 아냐"

입력 2019-05-14 19:02  

윤병세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판결 번복 의도한 것 아냐"
윤 전 외교부 장관 "국제법적 측면 충분히 고려해주길 바란 것"
'외교 기밀' 이유로 비공개 신문 요청했으나 재판부 거부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징용 소송 재판거래에 관여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14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나와 과거 외교부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결과를 뒤집으려 한 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윤 전 장관은 2013∼2014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집한 이른바 '소인수회의'에 참석해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과 함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윤 전 장관은 강제징용 소송이 그대로 확정되면 국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 경우 "정권이 날아갈 수 있다"며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기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소인수회의에서 보고했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윤 전 장관은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일련의 외교부 입장에서 분명했던 건 대법원 판결을 번복하거나 이런 걸 의도했던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판결이 나와도 좋은데 다만 그 판결이 국내적 측면뿐 아니라 한일관계를 포함한 국제법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주길 바란 것"이라며 "그러면 외교부에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국익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있고 난 뒤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현 정부 들어서도 일본 정부가 자신들 입장을 통보하고 협의를 기대하는 상황일 것"이라며 "일본이 강도 높은 입장을 전달해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 전 장관은 당시 외교부 실무진 선에서 작성한 각종 대응 방안 문건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요 문건들은 자신에게 보고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신문에 앞서 재판부에 '외교적 기밀'을 이유로 비공개 신문을 요청했다. 그는 "실무자나 간부가 말하는 것보다 전직 장관이 말할 경우 이해관계를 가진 정부나 국가가 훨씬 비중 있게 받아들이고 경우에 따라 자신들의 목적에 활용할 우려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관련 문서들이 이미 법정에서 공개된 만큼 신문을 비공개할 사유가 없다. 검사의 질문에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만 말하면 된다"며 신문을 공개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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