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부터 BTS까지…한류 초석놓은 문화교류 40년 변천

입력 2019-05-15 07:01   수정 2019-05-15 07:49

'질투'부터 BTS까지…한류 초석놓은 문화교류 40년 변천
한류 수출 증가와 함께 혐한류·반한류 기류 강해져
"콘텐츠 수출 일변도에서 쌍방향 문화교류로 전환해야"

(도쿄=연합뉴스) 이웅 기자 = 세계를 호령하는 한류(韓流)를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60~70년대 미국·일본 대중문화를 동경하고 모방하는 데 급급했던 척박한 풍토에서 세계인을 사로잡은 문화의 꽃을 피워낸 것이,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일궈낸 경제적 번영 못지않게 값지다는 의미다.
한류의 출발은 1993년 한국 TV드라마 '질투'를 중국에 수출하면서다. 하지만 한류 신화는 1997년 중국 CC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역대 수입 영상콘텐츠 2위인 4.3%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쓰여지기 시작했다. '한류'라는 말도 이를 보도한 중국 언론에서 사용하면서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이 무렵 클론, H.O.T 등 한국 가수들도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03년 NHK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는 일본 중년 여성층을 중심으로 '욘사마(배용준)'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일본 내 한류를 점화시켰다.
한류는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이 협소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게 했다. 중국, 홍콩, 대만, 일본에서 불붙은 한류는 베트남, 태국, 몽골 등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세기의 팝그룹 '비틀스'에 비견될 정도의 명성을 얻는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3세대 아이돌 가수들의 인기에 힘입어 한류는 북·중남미와 유럽 등 전 세계로 무대를 넓혔다.
한류는 무대가 넓어졌을 뿐 아니라 K팝과 드라마를 넘어 공연, 만화, 문학 등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팝의 거장 엘튼 존에게서 극찬을 받은 한국 인디밴드 세이수미는 지난해 일본, 유럽 등 12개국 50개 도시에서 60회 이상 공연했다.
국산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미국 만화계 양대 산맥인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를 제치고 지난해 상반기 미국 구글플레이 만화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는 작년 한국 문학 작품으론 처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국 대중문화의 수출로서 한류의 역사는 20년 정도다. 하지만 한류의 씨를 뿌리고 꽃 피우게 한 우리나라 해외 문화교류의 역사는 이보다 길다.
지금의 한류는 연예기획사, 방송사 등 민간이 주도하지만, 과거 해외 문화교류는 국가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부가 주도했다.
전후 경제개발과 수출에 매진하던 우리 정부가 해외 문화교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40년 전인 1979년 5월 도쿄에 우리 문화를 해외 알리기 위한 한국문화원을 개설하면서다. 1990년대까지 8개에 그친 재외 한국문화원은 한류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나 현재 27개국에 3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재외 한국문화원들은 한국어와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영화, 한식, 게임, 애니메이션 등 우리 문화콘텐츠를 해외 보급하는 한류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한류는 지난 20년 동안 문화산업으로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 총수출액은 지난해 94억8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9.1%로 증가했다. 2014년 69억2천 달러에서 2015년 71억1천만 달러, 2016년 76억9천만 달러, 2017년 82억1천만 달러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한류 수출의 증가와 함께 해외에서 혐한류, 반한류 기류도 강해지고 있다.
작년 11~12월 16개국 7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공감하는 비율은 26.0%로 전년도(23.3%)보다 높아졌다. 공감 이유는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적'(34.6%), '지나치게 상업적임'(20.0%), '자국 콘텐츠산업 보호 필요'(15.4%) 등이 꼽혔다.
이에 따라 한류에 대한 접근법과 지원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종전처럼 단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양적 확장, 수출 일변도의 접근으로는 한류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류를 콘텐츠 수출이나 소비재 수출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호혜적 협력이 바탕이 되는 쌍방향 문화교류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주 개원 40주년을 맞은 주일한국문화원 황성운 원장은 "한국 문화의 일방적 소개를 넘어서 상호 문화 이해를 기반으로 한 쌍방향 문화교류를 더욱 많이 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교류뿐 아니라 공동 창작, 제작 등 다양한 형태의 쌍방향 문화교류가 활성화하도록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휘정 성균관대 문화융합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한류 분석서 '한류와 문화정책'에서 "한류 발신국인 한국이 자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타 국가, 국제사회의 다른 구성원도 함께 배려하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한류 정책은 수출 지원 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해 프로그램과 툴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한류 지원정책은 문화콘텐츠의 수출과 수입, 쌍방향 문화콘텐츠 교류,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국제사회 공헌사업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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