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악영향 우려 '입조심' 당부…"한심하다" 자조 목소리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여당 자민당이 자당 소속 정치인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우려해 국회의원 등 당원들에게 실언 방지를 위한 매뉴얼을 배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자민당 (선거)유세국은 최근 A4용지 1장 분량으로 실언을 막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을 담은 매뉴얼 '실언과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을 만들어 국회의원, 지방 조직, 참의원 선거 입후보 예정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 매뉴얼은 "발언이 끊겨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며 "쉼표를 사용하며 길게 얘기하지 말고 마침표를 활용해 짧은 문장으로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적인 회합에서도 누군가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공개할 수 있다"면서 "약자, 피해자에 대해 말할 때는 한층 더 배려하고 표현에 대해서도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기사의 제목에 사용될 '강한 표현'에 주의해야 한다며 ▲ 역사 인식과 정치 신조에 관한 개인적 견해 ▲ 젠더, 성적소수자에 대한 개인적 견해 ▲ 사고와 재해에 관해 배려가 결여된 발언 ▲ 병과 노인에 대한 발언 ▲ 잡담하는 말투의 표현 등 5개 유형별로 예를 들며 실언을 막을 방법을 제안했다.
이 중 역사 인식 관련 부분에서는 "사죄도 못 하고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주의를 당부했다.
자민당이 매뉴얼까지 만들면서 설화(舌禍) 방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오는 7월 열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악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자민당 고위 관료들의 설화는 최근 몇 달 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副大臣)이 '총리와 부총리를 위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했다'고 스스로 밝혔다가 경질됐으며,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은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복구(부흥)보다 정치인이 더 중요하다'는 망언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쿠라다 담당상의 경우 지난 14일 한 자민당 의원의 후원모임에서 "나처럼 되지 않는 정치가를 육성하고 싶다. (나를) 반면교사로 삼고 싶다"고 발언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다시 받고 있다.
잦은 말실수로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경우 지난 2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거론하며 "아이를 낳지 않는 쪽이 문제"라고 말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다른 당이기는 하지만 보수 정당인 일본유신회 마루야마 호다카 중의원 의원은 지난 11일 '북방4도 비자 없는 교류 방문단'의 일원으로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찾았다가 "전쟁을 해서라도 '북방영토'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일본유신회는 즉각 마루야마 의원을 제명했지만, 오사카(大阪)지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세를 키워가던 이 정당은 마루야마 의원의 '입' 때문에 참의원 선거에서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잇따른 망언 속에 '입조심'을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등장하자 자민당 내에서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한심하다"고 말하는 한 자민당 관계자의 씁쓸해하는 반응을 전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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