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 이부키' 출연 중견 배우 사토 고이치, 잡지 인터뷰 놓고 극우 공격받아
스트레스 받으면 설사하는 총리 묘사에 아베 열성팬들 '비난' 폭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총리를 스트레스 받으면 속이 안좋아져 설사를 하는 인물로 묘사한 일본 영화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열성팬들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출연 배우 중 한명이 인터뷰에서 총리 역할을 연기하는데 저항감이 있었다는 발언을 하자 비난의 화살이 이 배우에게 쏠리고 있다.
1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견 배우 사토 고이치(佐藤浩市·59)는 최근 만화 잡지인 '빅 코믹'과의 인터뷰에서 출연작 '항모 이부키'에서 자신이 맡은 일본 총리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가 아베 총리의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오는 24일 일본에서 개봉하는 영화 '항모 이부키'는 빅 코믹에 연재 중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사토 고이치는 조연급으로 출연했다.
사토 고이치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배역에 대해 "스트레스에 약해서 쉽게 설사를 해버리는 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 "일본은 항상 '전후(戰後·패전후의 평화 체제)'여야 한다"며 평화의 소중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토 고이치는 또 총리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처음에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소위 체제(정권)의 입장에서 연기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아직 우리 세대의 배우들에게는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이 나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는 사토 고이치가 의도적으로 아베 총리를 야유했다는 극우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극우 작가인 햐쿠다 나오키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배우의 시시한 농담을 들었다. 설사하는 총리로 각본을 바꾼 감독의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3류 배우가 잘난 척이다. 무엇이 '우리 세대'냐. 살인자 역할도, 변태 역할도 훌륭하게 연기하는 것이 배우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잡지 편집자로 극우 성향 인사인 겐조 도루도 트위터에 "처음부터 총리를 폄훼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총리 역할을 연기하는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독설을 날렸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 두 우익 인사의 패들과 아베 총리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종류의 비판글이 SNS와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
사토 고이치는 일본의 대표적인 중견 배우 중 한명으로, 2016년 영화 '64'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적 있다. 2002년에는 '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한일 합작영화 'KT'에 출연하기도 했다.
사토 고이치에 대한 우익들의 공격에 대해서는 지나친 반응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사토무 씨는 "백번 양보해서 위정자에 대해 야유를 하는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은 야유하거나 농담하거나 하는 것이다"며 "아베 총리의 응원단이 반사적으로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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