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협은 '과장된 책략'의 일환…트럼프도 원하지 않을 것"
"유럽, 트럼프 행정부 맞서 더 많은 역할 해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미국이 대이란 군사 대응 움직임을 보이자 이란 역시 미국에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하미드 바이디네자드 영국 주재 이란 대사는 15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 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 가능성과 관련해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바이디네자드 대사는 이란에서 가장 경험 많은 외교관 중 한 명으로, 핵 협상에서 주요 협상가로 참여했다.
미국과 달리 이란 외교관은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바이디네자드 대사의 인터뷰는 이란을 둘러싼 상황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스카이 뉴스는 설명했다.
바이디네자드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위협이 진지한 것은 아닌 것으로 이란 정부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생각에 이는 '과장된 책략'(theatrical manoeuvres)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이란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과 중동 지역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란군은 만일의 사태에 완전히 준비돼있다. 그들은 이란의 의지를 시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최대 12만 병력의 중동 파견을 골자로 한 이란 군사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으나, 만약 앞으로 상황이 악화하면 더 많은 병력을 보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바이디네자드 대사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 인근에서 상선 4척이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행위)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이란이 부당하게 의심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보타주는) 매우 의심스럽다. 우리는 국제 진상조사단이 이번 사보타주의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디네자드 대사는 이란이 지난 8일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일부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은 의무를 이행해왔는데 반대편에서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는 (핵합의가) 지속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란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중요한 신호를 주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디네자드 대사는 유럽이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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