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서만 3조4천억 순매수…4월 2조3천억보다 늘어
경제여건 신뢰에 차익거래 유입…"신뢰악화시 급격히 이탈할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등(원화 약세)한 가운데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은 이달 들어 순유입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을 반영한 결과지만, 수출과 투자 악화가 지속할 경우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 잔액(금융감독원 기준)은 전날 기준 113조2천억원으로 이달 들어 3조4천억원 늘었다.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이 지난달 2조3천억원 순유입된 데 이어 이달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서도 순유입세가 이어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3월 말 달러당 1,135.1원에서 전날 1,188.6원으로 53.5원(4.7%) 급등했다. 이달 들어서만 20원 넘게 올랐다.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비하면 채권시장은 장기투자자 비중이 커 외국인 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다만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하거나 환차손이 우려되는 경우 주식자금은 물론 채권자금도 함께 이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로 한 달 새 환율이 54.4원(4.9%) 급등했던 2015년 7월의 경우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2조6천억원 빠져나간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로 치솟았던 2008년 10월엔 외국인이 한 달간 채권 4조2천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최근 환율 급등 기간의 외국인 채권자금의 순유입세는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보유액이 4천억 달러를 웃도는 데다 수출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가 많기 때문이다.
기초체력에 대한 신뢰가 남은 상황에서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통화스와프 시장에서 무위험 재정거래(차익거래) 유인이 늘어난 점 등이 외국인의 원화 채권 순매수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높은 신흥국과 달리 한국은 저금리 기조라 채권시장과 환율 간 연계성이 강하지 않은 편"이라며 "최근 재정거래 유인이 늘면서 외국인 채권자금 순유입세가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국인 채권자금의 순유입세가 앞으로도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한국경제의 기초여건 악화가 심화할 경우 갑작스러운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믿음이 있지만 흑자 유지가 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금리 역전에 더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장기 성장전망에 대한 신뢰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올해 들어 외국인 자금 이탈을 더욱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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