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CBS, 아메리칸항공 조종사와 보잉 경영진 대화 녹음파일 입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보잉 경영진이 B737 맥스 기종으로 첫 번째 추락사고가 나고 약 한 달 뒤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아메리칸항공 조종사들의 경고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BS 방송이 당시 회의 녹음파일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종사들의 경고는 B737 맥스로 두 번째 추락사고가 나기 넉 달 전이었다.
B737 맥스 기종인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여객기가 작년 10월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89명이 숨졌고, 같은 기종의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도 올해 3월 10일 추락해 탑승자 157명이 사망했다.
이후 B737 맥스 기종은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항 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NYT와 CBS 방송이 전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 소속 조종사들은 라이온 에어 여객기 사고 몇 주 후인 작년 11월 27일 보잉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우리 비행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딱 부러지게 알아야겠다"며 목청을 높였다.
한 조종사는 "어떤 빌어먹을 시스템이 탑재됐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실속(失速) 방지 시스템의 즉각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조종사들은 이미 이 당시에도 보잉이 B737 맥스 기종에 대한 운항 중단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보잉의 마이크 시넷 부사장은 그러나 "그 시스템 문제가 사고의 유일한 원인인지는 결론 내릴 수 없다. 그 시스템에 대해 조종사들이 인지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당장 시정 조처를 하라는 조종사들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
시넷 부사장은 라이온 에어 여객기 추락이 수백만 마일 비행 중에, 또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고라면서 조종사들에게 "당분간 기다려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와 CBS 방송은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사고가 나기 넉 달 전에 이미 조종사들의 이런 경고가 나온 만큼 보잉 측이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중역들이 문제가 드러난 시스템에 대해 계속 머뭇거림으로써 사고를 예방할 기회를 놓친 셈이라고 지적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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