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달창 발언·5·18 이슈 등 한국당에 부정적인 악재 집중"
전문가들 "흔치 않은 경우"…ARS 조사방식의 데이터 안정성 문제 지적도
민주 "1.6%p 조사 결과가 잘못" vs 한국 "여당대표 말 한 마디에 결과 바뀌어"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차지연 이슬기 기자 =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열흘새 '널뛰기' 하는 모습을 보여 그 원인을 놓고 말들이 무성하다.
리얼미터 발표 기준으로 보면 양당 지지율 격차는 지난 6일 7.1%포인트에서 9일 1.6%포인트로 좁혀졌고, 13일 4.4%포인트로 소폭 오른 뒤 16일에는 13.1%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수치는 지난달 29∼30일과 이달 2∼3일 YTN 의뢰로 조사한 5월 1주차 주간집계로, 민주당은 40.1%, 한국당은 33.0%였다.
tbs 의뢰로 7∼8일 조사해 9일 발표한 5월 2주차 주중집계에서는 민주당이 36.4%, 한국당이 34.8%였으며 4일 뒤인 13일 YTN 의뢰로 7∼10일로 조사한 5월 2주차 주간집계에서는 민주당이 38.7%, 한국당이 34.3%였다.
이날 발표한 5월 3주차 주중집계(tbs 의뢰로 13∼15일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지난주보다 4.6%포인트 오른 43.3%, 한국당이 4.1%포인트 내린 30.2%로 격차가 13.1%포인트로 눈에 띄게 커졌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한국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에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혐오표현(달창) 논란, 5·18 망언 징계 무산과 전두환 전 전 대통령의 5·18 광주 사살 명령 의혹으로 증폭된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논란, 황 대표의 부처님오신날 봉축식 예법 논란 등이 한꺼번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한국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만한 악재들이 조사기간 한꺼번에 불거졌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장외투쟁과 여야정 대표 회담 방식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민생·경제 어려움 관련 보도 증가와 맞물렸다"며 "한국당 지지율이 지난 2월 전당대회를 전후해 석 달간 약 9%포인트 급등한 데 따른 자연적 조정 효과도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처럼 열흘 만에 지지율 격차가 요동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라며 "한국당에 아주 호재가 됐다가 악재가 된 사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건을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조사 데이터의 안정성 문제로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 역시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지지율이 4%포인트씩 움직였다면 굉장히 폭이 큰 것"이라며 "격차가 13%포인트까지 벌어질만한 단일 사건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리얼미터의 분석 내용은 사후적 해석일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한국당도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지율 격차가 7.1%포인트에서 1.6%포인트로 줄어든 지난주 조사 결과가 '특수한 사례'라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1.6%포인트에서 13.1%포인트 급상승한 이번주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가 확 벌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지난주에 '조사 미스'가 있었다고 봐야한다"며 "그 이전 주에도 격차는 8%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틀 전인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기념해 여러 조사기관이 조사를 했는데 한 군데만 '이상한 결과'를 보도하고 나머지는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이) 대개 10∼15%포인트 격차가 난다"며 지난주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이 대표 기자간담회 종료 후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12∼19%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발표한 5개 기관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그러나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이번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엊그제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마디 하니까 갑자기 민주당 지지율이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납득이 잘 안되지 않느냐"며 "이 대표의 '한 말씀'에 여론조사 지지율이 이렇게 올랐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집권당 대표 말 한마디에 여론조사 결과까지 뒤바뀌는 세상"이라며 "불리한 여론조사를 '이상한 것'으로 매도하는 집권당 대표나, 집권당 대표 말 한마디에 뒤바뀌는 조사결과나 모두 정상은 아니다. 역시 문재인 정권에서나 있을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의 이러한 주장에 민주당 윤 사무총장은 "'음모론'은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음모를 이야기하는가"라며 "그럼 지난주 격차가 컸던 다른 기관 조사들은 다 음모에 의한 것인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리얼미터의 자동응답(ARS) 조사 방식에 따른 데이터 불안정성의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 직접 묻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조사하는 다른 기관과 달리 리얼미터는 조사의 대부분을 자동응답으로 진행하고 있어 조사 때마다 제각기 다른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종찬 소장은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제어하기 힘든 데이터의 안정성 부족 문제가 일시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조사원이 직접 전화하는 '대면성' 조사방식과 자동응답을 통한 '비대면성' 조사방식은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저는 리얼미터 조사가 굉장히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며 "ARS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조사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조사 시작 전 전화를 끊을 수 있다. 응답을 통해 의견을 피력할 지와 하지 않을 지를 결정할 수 있는 ARS 조사방법은 응답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리얼미터와 달리 자동응답이 아닌 전화면접 방식을 쓰는 갤럽이 지난 7∼9일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에서는 민주당(40%)과 한국당(25%)의 지지율 격차가 15%포인트로, 리얼미터가 비슷한 기간에 실시한 조사의 1.6%포인트와 크게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자동응답 조사는 비밀 보장성이 있어 전화면접보다 '침묵의 나선 효과'와 '샤이 보수 현상' 등이 야기하는 부정확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자동응답 방식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한국당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이, 한국당에 유리하면 민주당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이 리얼미터를 비난한다"며 "긴 호흡으로 조사 결과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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