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국내증시에서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셀코리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여 이 기간 총 1조305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도 오후 1시 53분 현재까지 3천148억원어치를 순매도해 6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이 확실시된다.
올해 외국인의 연속 순매도 행진은 지난 2월 8~15일의 6거래일이 최장이었다. 결국 이번에 타이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4월 한 달에만 총 2조3천921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한동안 '바이코리아'에 나선 모습이었지만 이달 중순께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외국인의 최근 한국 증시 이탈 요인으로는 ▲ 미중 무역전쟁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 ▲ 원/달러 환율 상승 ▲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의 한국 비중 축소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은 당초 이달 타결이 기대됐으나, 미국이 지난 10일 2천억 달러(약 236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종전 10%에서 25%로 올리면서 난항에 빠졌다.
특히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 부과를 선언,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이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과 맞물려서 외국인 매도세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도 4월 이후 급등, 달러당 1,190원 선에 바짝 다가서며 약 2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4월에는 외국인 주주 배당금 송금이라는 계절적 요인에 1분기 한국 성장률 부진에 따른 경기 후퇴 우려감이 더해져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며 "미중 무역분쟁 악화로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MSCI가 5월부터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이른바 A주(중국A주)의 비중을 높이고 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 증시를 편입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국 비중이 축소된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MSCI EM 지수 내 한국 비중이 지난 3월 말 13.0%에서 올해 말 12.3%로 하락하면서 이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증시에서 최대 1조7천억원 이탈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시장의 눈길은 앞으로 외국인의 '팔자'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지 않으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원화가 안정을 찾으려면 일단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큰 이변이 없는 한 미중 무역협상의 중요 분기점으로 거론되는 내달 하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까지는 '셀코리아' 우려를 떨쳐내기 쉽지 않은 셈이다.
이영곤 연구원은 "일단 5월은 지나고 6월은 돼야 미중 무역분쟁 등 이슈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다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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