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인식 속에도 혁신성장 성과 부각…'先투자'로 경제 구조개선 모색
"경제는 심리" 시장 시그널도 염두…건전성 우려엔 "긴 호흡으로 봐야"
'세금낭비 경계' 지출 구조조정 주문…추경처리 거듭 당부, 野 반발할듯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지출을 늘려야 할 때도, 곳간을 채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후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재정 운용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는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처럼 발언하며 확장적 재정운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집권 중반기 국정동력 유지를 위해 경제활력 제고 등의 성과가 절실하며, 이를 위해 공공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재정 지출 확대가 당장의 경제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기처방이 아닌, 포용국가 실현·미래사회 대비 등 국가의 중장기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은 결코 소모성 지출이 아니다. 경제·사회 구조개선을 위한 선(先)투자"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혁신성장의 견인차 역할로 재정을 주목한 점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하는 등 엄중한 경제인식을 드러내면서도 혁신성장 분야와 관련해서는 "신규 벤처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향한 혁신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긍정적 진단을 내놨다.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미래 산업에서의 혁신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실업급여도 확대돼 고용안전망이 두터워졌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출 6천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경제 외연도 넓어졌다"며 "이런 성과 뒤에는 재정의 역할이 컸다. 재정이 마중물이 되고 민간이 확산시켰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 경제의 긍정적인 면을 집중 조명하며 확장적 재정운용 의지를 노출한 배경에는 시장이 정부의 시그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현재 상황을 희망적으로 진단하고, 더욱 튼튼하게 재정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만 민간 기업의 적극적 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민간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 지출에 따라붙는 각종 우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재정 건전성 악화 지적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은 "우리의 국가재정은 매우 건전한 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포용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하면 중장기적으로 세수를 늘려 단기 재정지출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야 한다.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확장적 재정운용이 '세금 낭비'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세금 퍼주기'로 비칠 경우 정책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문 대통령이 방점을 찍은 '마중물' 역할에도 힘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국회를 향해서도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심사를 촉구했다.
적절한 시점에 재정이 역할을 하려면 지금 추경이 집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비롯해 문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역시 참석정당 범위를 두고 여권과 자유한국당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거듭되고 있어 추경안 심사가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한국당이 추경안에 대해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에 대해서도 찬성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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